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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공세·美외면' 궁지 몰린 우크라, 정치분열까지 삼중고 직면

연합뉴스

2025.07.07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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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 형사기소·정보수장 교체시도 등 내부 잡음 잇따라 젤렌스키와 6년 함께한 대통령 비서실장, 배후로 지목
'러 공세·美외면' 궁지 몰린 우크라, 정치분열까지 삼중고 직면
부총리 형사기소·정보수장 교체시도 등 내부 잡음 잇따라
젤렌스키와 6년 함께한 대통령 비서실장, 배후로 지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침공이란 외환(外患)으로 3년 반 가까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내부 권력 투쟁이란 내우(內憂)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내분이 심각해졌다' 제하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가 안팎의 위기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친서방 성향의 현 정권을 무너뜨리고 우크라이나를 다시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에 넣겠다는 의지를 고수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연일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병력과 화력의 열세에도 우크라이나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돼 온 미국과 서방 동맹의 지지도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갑작스레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도가 예정됐던 무기는 계획이 취소됐고, 심지어 무기를 싣고 이미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던 수송기들마저 기수를 돌렸다.
외부적 상황들만큼이나 우려스러운 건 우크라이나의 국내 정치적 분열과 숙청, 내분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것들은 러시아가 폭력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파괴적인 방식으로 나라를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우크라이나에선 6월 한 달 동안에만 세 건의 정치적 사건이 벌어졌다.
올렉시 체르니쇼우 부총리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대폭의 내각 개편도 발표됐다. 정보수장인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이 또다시 숙청 위기에 놓였다가 기사회생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의 배후로는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목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영화제작사 대표 출신의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2019년 대선에서 승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급격히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 현재는 사실상의 '수석 장관'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설교조로 상대방을 대하는 외교 태도 때문에 최근 워싱턴 정가에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초당파적 의원들에게조차 경원시 되고 있지만, 교체될 것이란 관측과 달리 국내 정치 영향력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정치권 인사들은 체르니쇼우 부총리가 수사받게 된 배경에 대해 예르마크 비서실장을 대체할 대미 관계 창구가 되려 했기 때문이거나, 단순히 그 자리에 측근을 앉히길 원해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각 개편 후 새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율리아 스비리덴코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도 예르마크의 영향권 아래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향후 2주 이내에 개각을 위한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며 총리 외에도 교육, 보건, 문화, 사회정책, 재무 등 여러 부처 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 당국자는 "안드리는 미완성된 사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대다수) 인사가 그의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예르마크 비서실장 측은 국가 정보기관의 사조직화가 우려된다며 부다노우 정보총국장을 경질하는 방안도 밀어붙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부다노우가 특유의 강압과 꾀를 동원해 또 한 차례 숙청을 유예했다. 여기에는 그를 쫓아내지 말라는 백악관의 거듭된 경고도 당장은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다노우가 살아남은 건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지 당국자들은 예르마크 실장이 대통령에게 가는 정보흐름의 최대 85%를 통제함으로써 정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당국자는 "안드리는 대통령의 귀를 독점해 왔다"면서 "같은 사무실에서 6년을 함께 하면서 주요 의견들을 제공했다. 이건 사실상 이미 한 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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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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