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닭싸움 도박 관련자 34명 살해 혐의 경찰 15명 검거
"승부조작 연루자들 납치·살해…시신 호수에 버리거나 불태워"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필리핀에서 경찰관 15명이 투계(닭싸움) 승부 조작과 관련해 닭싸움 관계자 최소 34명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조사받고 있다.
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니컬러스 토레 필리핀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검거된 경찰관들은 2021∼2022년 투계장 운영 사업가 등의 사주를 받고 필리핀 북부 루손섬과 마닐라 수도권 등지에서 투계 공급자 등 닭싸움 관계자들을 납치·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희생자들의 시신을 마닐라 남쪽 탈 호수에 버리거나 다른 곳에서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살된 닭싸움 관계자들은 한쪽 닭을 약하게 만들고 반대편 닭의 승리에 베팅하는 등 승부 조작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범행 표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토레 청장은 살인을 사주한 혐의를 받는 사업가 밑에서 일한 핵심 증인이 범행의 중요한 세부 사항을 경찰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핀 레물라 법무부 장관은 문제의 사업가와 다른 용의자들을 형사 고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탈 호수에 유기된 희생자 유해를 찾기 위해 필요한 기술 지원을 일본 측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혐의를 받는 사업가는 사건과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인기 있는 닭싸움은 발에 날카로운 칼날을 찬 싸움용 수탉끼리 싸우도록 하고 승패 등에 돈을 거는 사행성 도박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더욱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직장과 가족을 등한시하고 온라인 닭싸움에 몰두하는 시민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심각한 도박 중독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게다가 승부 조작과 관련해 닭싸움 관계자들이 잇따라 납치·살해되자 필리핀 정부는 2022년 5월 온라인 닭싸움을 금지한 바 있다.
필리핀에서는 2016년 현직 경찰관 3명이 한인 사업가 지익주씨를 납치·살해하는 등 경찰관이 가담한 강력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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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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