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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17세 1560만명 일생 중 위암…76%는 헬리코박터 탓"

중앙일보

2025.07.07 08:00 2025.07.0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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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8~17세인 각국 청소년 가운데 약 1560만명이 사는 동안 위암에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 중 76%의 발병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 감염. 각국 정부가 새 위암 예방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경우를 전제로 한 숫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7일(현지시간) 세계적 권위의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위암은 세계 암 관련 사망 원인 가운데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진은 각국이 위암 예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특히 “헬리코박터 검진·치료가 가장 경제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박진영 IARC 위암예방팀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2008~2017년 출생자가 일생 동안 위암에 걸리는 건수의 평균값과 2022년 위암 발생 건수를 국가별로 비교했다. 한국·일본(파란색) 등은 현재보다 위암 발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반면, 아프리카 등 (빨간색)에선 현재보다 6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네이처 메디슨]

-세계적으로 위암 발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선 계속 줄고 있는데
“국가가 위암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특히 한국은 검진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고, 상부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의 위암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다. (하지만) 내시경 검사는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진단법이다. 무엇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다른 나라, 특히 저소득 국가들은 도입이 어렵다.”

-다른 나라들 사정은 어떤가
“우리 연구가 대상으로 한 출생 코호트(2008~2017년 출생자)의 위암 발생 예상 건수를 2022년 발생 추정치와 비교해 보면, 최고 6배 이상 늘어나는 나라도 있다. 가장 증가폭이 큰 나라는 인간개발지수(HDI)가 낮은 국가(사회·경제적 발전 수준이 낮은 국가),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이번 연구는 각국의 인구 규모와 연령 구조 차이를 반영해, 위암 발생 건수를 예측했다. 위암 발생이 가장 많은 지역은 아시아(약 1060만명, 전체 68%)였고, 국가별로는 중국(489만명)·인도(166만명)·일본(64만명) 등의 순이었다(한국은 약 22만명). 아프리카 국가들은 현재 암 발생 건수는 적지만, 인구 증가와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미래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위암 예방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을까
“IARC는 2013년부터 국립암센터(최일주 교수팀)와 ‘헬리코박터 감염 치료 효과 연구’(HELPER)를 진행 중이다. 위암 발생 위험이 높은 한국의 40~65세 성인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했을 때, 위암 발생률이 낮아지는지 확인하는 장기 임상역학 연구다. 위암 검진을 할 수 없는 다른 국가에 일차 예방의 효과를 전하고, 전 세계 위암 예방 전략의 표준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진영 국제암연구소(IARC/WHO) 위암예방팀장

박 팀장은 2010년 말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역학) 중에 ‘박사 후 과정 연구 장학생’으로 선정되며 IARC에서 일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미국암학회(AACR)가 주는 ‘여성 암 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IARC 위암예방팀을 이끌고 있고, 곧 유럽집행위원회(EC)가 추진하는 ‘위암 예방과 검진을 위한 유럽의 가이드라인 및 품질관리 체계 개발 이니셔티브’를 총괄할 예정이다.

그는 IARC에서 연구 경험에 대해 “한국·미국·유럽뿐 아니라 이란·부탄·우간다 등 문화적으로 다양한 여러 나라와 협력 연구를 진행하며 많은 것으로 배울 수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암 예방을 위해 실천 중심의 연구(cancer research into action)를 하는 학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한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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