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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바깥에 떨어진 공, AI 심판의 아웃콜은 없었다

중앙일보

2025.07.07 08:01 2025.07.0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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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이 올해 인-아웃 판정에 ‘AI 심판’을 도입하면서 원래 전광판 옆에 서 있던 선심의 모습이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AP=연합뉴스]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34·러시아)와 소네이 카텔(24·영국)의 2025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16강전이 열린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 파블류첸코바가 2-0(7-6〈7-3〉, 6-4)으로 승리한 직후 세계 테니스계가 들끓었다. ‘인공지능(AI) 심판’이라는 전자 라인 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하마터면 파블류첸코바가 억울하게 질 뻔했기 때문이다. 148년 역사의 윔블던은 올해 인-아웃을 판정하는 선심을 없애고 그 역할을 AI에 맡겼다. 코트에 설치된 약 450대의 고속 촬영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추적해 ‘아웃’일 경우 전광판을 통해 알린다.

논란 상황은 이렇다. 4-4로 맞선 1세트, 파블류첸코바가 게임 포인트(A-40)를 남겨뒀다. 카텔의 백핸드 샷이 베이스라인 바깥에 떨어졌다. 파블류첸코바는 명백한 아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광판에 ‘아웃’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알고 보니 판독 시스템이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이를 확인한 주심은 “판독 시스템이 포인트 추적에 실패했기 때문에 리플레이(직전 포인트 상황에서 경기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규정에 의하면, 판독 시스템이 판정하지 못하면 주심이 대신 하되, 중계화면을 판정 번복 근거로는 쓸 수 없다. 이로 인해 아웃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경우 주심은 리플레이를 선언해야 한다.

공이 라인을 벗어나면 전광판에 ‘아웃’이 떠야 하는데, 시스템 오류로 표시되지 않아 오심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요컨대 이번처럼 아웃이 명확할 경우 주심은 ‘아웃’으로 판정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 판정이 제대로 됐다면 파블류첸코바는 게임을 따내 5-4로 앞설 수 있었다. 주심은 파블류첸코바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P는 “카텔의 공이 라인 밖에 떨어진 것이 분명해 보였으나 판독 시스템은 아웃으로 판정하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손승리 해설위원은 “과거에는 AI가 사람의 최종 판단을 돕는 보조수단이었다. 하지만 올해 AI에 선심을 맡기면서 규정이 달라졌다. 아웃 여부에 한해서 사람이 아니라 AI 판정이 우선한다. 판독 시스템이 먹통인 상황에서 100% 확신하지 못하면 주심은 리플레이를 선언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억울하게 실점한 파블류첸코바는 게임을 내주고 4-5로 끌려갔다. 다행히 동요하지 않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뒤 8강에 진출했다. 파블류첸코바는 게임 직후 “게임을 도둑맞았다”고 주심에 항의하고 불만을 표시했다.

파블류첸코바는 기자회견에서 “주심이 경기 후 내게 ‘아웃인 걸 봤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웃으로 판정하지 않고 리플레이를 선언해 의아했다”며 “상대가 (홈 선수인) 영국 선수라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대회 주최 측인 올잉글랜드클럽은 “해당 경기 선수들에게 사과한다. 이번 일은 (시스템이 꺼지는) 사람의 실수로 발생한 일일 뿐, 공 추적 기술의 정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선수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영국 여자 테니스 ‘간판’ 에마 라두카누(23)는 “판독 시스템의 정확도는 100%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윔블던의 야심작 AI 심판은 실패”라고, 데일리메일은 “AI 심판 탓에 혼돈에 빠진 윔블던”이라고 비판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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