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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연예인과 온라인 괴롭힘

중앙일보

2025.07.07 08:10 2025.07.0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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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러브 아일랜드’는 2005년 영국에서 시작된 연애 리얼리티 쇼다. 지금은 한국에서 제작하는 ‘솔로지옥’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지만, ‘러브 아일랜드’는 그중에서도 장수 프로그램일 뿐 아니라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나라에도 수출되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판 러브 아일랜드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출연진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을 삼가해 달라”고 호소한 일이 있었다.

연애 리얼리티 쇼 출연진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출연자 두 명과 진행자 한 명이 자살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인기를 끌 수 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젊고 아름다운 남녀의 연애를 보면서 감정을 이입하고, 그들의 행동이나 선택에 기뻐하거나 분노한다. 그러다가 출연자의 과거를 캐내고, 온라인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일이 흔하다.

리얼리티 쇼는 이름과 달리 제작진의 설정과 연출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미움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출연자들도 사실은 그런 역할을 연기하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리얼리티 쇼를 둘러싼 온라인 괴롭힘은 프로그램을 흥행시켜야 하는 제작진의 의도와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들다. 논란이 생길 때 시청률이 오르기 때문이다.

‘러브 아일랜드’의 미국 제작진은 촬영 동안 출연자들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시청자의 행동을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촬영 중에는 출연자들을 온라인 괴롭힘으로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소셜미디어는 친구나 가족이 대신 운영한다. 온라인 괴롭힘은 연예인이 감당해야 할 인기의 대가가 아니며, 당하는 사람이 혼자의 노력으로 극복하게 해서도 안 된다. 연예계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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