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은 없었다. 목숨을 담보로 456억원 상금이 걸린 살벌한 게임이 벌어지는 설정도 그렇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놀이를 그 게임 방식으로 만든 점은 단연 흥미로웠다. 이런 놀이들, 그리고 동화 속 공간을 연상시키는 형형색색 게임장 세트는 탈락이 곧 죽음인 이 생존 게임의 잔혹성과 기막힌 대비를 이뤘다.
더구나 한국어 드라마임에도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거의 동시에, 초단기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냈다. 한국 중장년에게 친근했던 놀이가 세계인이 알아보는 게임이 되었고, 승자독식의 비정한 규칙과 결과는 오늘날의 사회에 대한 비유로도 풀이됐다.
시즌3은 이 놀라운 성공의 결과물이다. 알다시피 ‘오징어 게임’은 당초 시즌제가 아니었다. 2021년 9월 공개 직후부터 세계적 열광이 속편 제작을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나온 시즌2가 속편의 전반부라면, 이번에 공개한 시즌3은 속편의 후반부이자 완결편. 처음 게임에 끌려온 참가자라면 몰라도 다시 게임에 참가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처럼 관객 역시 이 게임의 전반적 규칙을 잘 안다. 한편이 될 수밖에 없는 참가자들도, 선의로 한편이 된 참가자들도 잔혹한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시즌3의 마지막 게임은 특히 비정하고 간교하다. 언뜻 강자가 연합하면 약자를 손쉽게 희생양 삼을 수 있는 게임 같지만 이 게임 설계가, 황동혁 감독이 쓰고 연출한 각본이 그렇게 순진할 리 없다. 마지막 게임은 그 무대마저 전보다 한결 거칠고 위험해 보인다. 아찔한 높이의 기둥 사이를 건너는 다리가 비계를 닮은 것을 비롯해 동화 속 공간 대신 공사장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 시즌3은 시즌1·2보다 힘든 관람 체험이었다. 어쩌면 이게 이 시리즈가 전하는 생존 게임의 본질 아닐까 싶기도 하다. 놀이인 양, 누구라도 상금을 가질 수 있는 양 현혹하는 대신 그 무자비함을 처절하게 드러낸다. 참가자들은 통과 기준 이상으로 게임에 열심이다. 약 빠른 척,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척 비정한 짓을 마다치 않는다. 그래도 소용없다. 이 게임 속 세상은 선의든 악의든 누구를 믿는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일로 만든다.
마지막 회의 후일담을 보며 생존 게임 과몰입에서 빠져나왔다. 게임판을 벗어나 게임의 규칙과 다른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고 꿈을 좇는 모습들이 이 게임이 이 세상의 절대적 축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맨 마지막, 해외 스타의 카메오 출연은 게임이 지구촌 어디선가 계속되리란 여운을 주지만.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은 아마도 앞으로 없을, 적어도 한동안은 없을 것 같다. 새로운 화제작을 만들 역량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극적인 묘미도, 잔혹함도 세 시즌의 게임으로 충분히 맛본 것 같다. 적어도 당분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