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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자체 혁신 능력 있기나 한가

중앙일보

2025.07.07 08:34 2025.07.0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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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승강기를 타고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 지도부 인적 쇄신 거부에 안철수 혁신위 좌초



해체 수준 혁신도 모자랄 판에 기득권 세력이 발목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이 “당 지도부가 인적 쇄신 요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전격 사퇴했다. “사망 직전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당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며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지 닷새 만이다. 안 의원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한 뒤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도려내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안 의원이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터라 ‘안철수 혁신위’는 국민의힘을 되살릴 마지막 카드로 여겨졌었다. 어제 위원 구성을 마치고 공식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안 의원이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닥쳤다”며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힘에 따라 첫발을 떼지도 못하고 사실상 좌초될 처지에 놓였다.

혁신위 파행은 친윤 구주류에 대한 안 의원의 인적 쇄신 요구를 당 지도부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혁신은 인적 쇄신에서 시작되는데,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수술동의서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친윤계의 대표 격으로 대선 과정에서 후보 교체 시도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에 대해 탈당에 준하는 조치를 요구했으나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혁신위원장에게 당을 되살릴 전권을 줘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친윤 구주류가 당을 좌우하는 국민의힘의 민낯이 또 드러난 것이다.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이 무도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탄핵당하고, 이어진 대선에서 패배했는데도 국민의힘은 쇄신의 가능성마저 계속 봉쇄하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 노력은 빵점”이라며 물러난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제시했던 5대 혁신안 역시 친윤 기득권 세력의 벽에 부닥쳐 좌절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맹목적으로 옹호하고 추종하다가 비상계엄에도 거리를 두지 않은 채 탄핵에 반대했던 이들이 여전히 당권을 차지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음이 거듭 확인됐다.

‘안철수 혁신위’마저 파행하면서 국민의힘이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을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의석의 절반 이상이 영남에 있고 수도권 의석은 19석뿐인 국민의힘은 텃밭인 대구·경북에서조차 당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지지도가 대구·경북에서도 50%를 넘었다. 과거 ‘천막당사’처럼 당 해체 수준의 과감한 환골탈태를 해도 모자랄 판에 영남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완강하다. 이 대통령과 거대 여당이 올바른 국정 운영을 하도록 견제하려면 건전한 야당의 존재가 필요하다.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이 과연 낡은 기득권 정치와 지역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수 정당의 명맥을 살려낼 개혁파 리더십을 세울 수 있을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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