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한다면서 환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이 선고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그대로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8월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광진구 한 한의원 치료실에서 한 여성 환자의 물리치료를 마친 후 소화불량을 진찰한다며 가슴과 음부를 눌러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가슴 부위 또는 성기 부위에 닿은 것이 추행을 목적으로 한 고의적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했다.
대법원도 이런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환자의 내밀한 신체 부위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의료진의 신체접촉 행위가 추행인지가 문제 되는 경우 “그 행위가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기준으로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술 수단과 방법이 상당(타당)했는지, 사전에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진료의 내용과 내밀한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그 진술에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과 피고인의 행동에 따른 피해자의 심리 등이 포함돼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하거나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를 상대로 직접 치골 부위를 촉진(환자의 몸을 손으로 만져서 진단하는 것)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보이고, 치골 부위를 촉진하기로 했다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소화 불량이나 허리 통증 때문에 피해자의 가슴, 치골 부위를 촉진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진료기록부에 그와 같은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