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K-배터리 업체가 '안방'에서 맞붙는다. 정부가 주관하는 1조원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입찰에 뛰어들면서다.
7일 전력거래소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에 따르면지난 4일 마감한 '1차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 입찰에 수십여 개 국내외 기업컨소시엄(조합)이 참여했다. 배터리뿐아니라 전력기기·재생에너지·건설 업체등이 팀을 이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해당 사업은 2026년 말까지 전남·전북·경북·강원 등 육지 500메가와트(㎿),제주 40㎿ 등 총 540㎿ 규모 ESS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거래소는 이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만 1조원 규모에 달한다.정부는 장기적으로 2038년까지 40조원규모 ESS를 도입할 계획인데, 첫 시동을 걸었다.
이번 수주전이 주목받는 건 국내 배터리 업체뿐 아니라 CATL과 BYD, 화웨이 같은 중국 업체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업체가 최종 입찰에 참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ATL은 일찌감치 ‘몸풀기’에 들어갔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CATL코리아' 사무실을 마련하고 올해 1월엔 사업 목적에 '배터리 및 ESS 제품의판매·설치·운송·유통' 등을 추가했다.CATL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ESS를 중국에서 들여와도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 업체를 앞선다"고 설명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는 ESS 수주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한 국내배터리 업체 부사장은 "입찰에서 가격이 60% 배점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가격만 따지자면 중국 업체가 절대우위"라면서 "그래도 정부 주도 사업이라 국내 산업 기여도와 고용 창출 효과를 따지는 만큼 국내 업체가 수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SS는 전기가 많이 생산될 때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공급해주는 일종의대형 보조 배터리다. 기후에 따라 불안정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보조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을 실행하는 ‘전기저수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ESS는 국내 배터리 업체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중국이 시장에서 절대 강자다. ESS 표준이 중국 업체가 강한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중심으로굳어가는 상황이다. NCM(니켈카드뮴망간) 배터리에 강한 한국 업체들은 뒤늦게 뛰어든 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ESS 시장에서 중국 업체 비중은 70% 이상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값싸지만 안전하고, 성장세가 가파른 LFP 배터리 분야에서 고전하는국내 업체에 이번 정부 ESS 입찰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올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 매출 5조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152% 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금액을제외한 기준으로 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북미 고객사 물량이 증가하고, 지난달 초 미국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해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