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극우진영, EU집행위원장에 반기…불신임안 상정
10일 불신임안 투표 예정…부결 확실시되지만 '경고성 신호' 지적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유럽의회의 극우 진영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오는 10일 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불신임 투표를 주도한 것은 루마니아 출신인 초선 게오르게 피페에라 의원이다. 유럽의회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주도하는 교섭단체 '유럽 보수와 개혁'(ECR) 소속인 피페에라 의원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업무처리 방식을 문제로 삼았다.
공동 방위 물자 조달 확대와 디지털 법안 등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EU 집행위원회가 투명성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페레아 의원은 불신임안을 의회에 상정하는 데 필요한 72명의 서명을 확보했지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는 가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다.
피페에라 의원이 소속된 교섭단체 ECR의 의석수는 79석으로 유럽의회에서 4당이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주도하는 '유럽을 위한 애국자'(PfE)가 불신임에 협조한다고 하더라도 가결에 필요한 유럽의회 전체 의원 720명 중 3분의 2 이상에는 못 미친다.
또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의회에서 의석수로 1위인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EPP·188석) 소속이다.
136석으로 의회 내 2위인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의 지원을 감안한다면 불신임안이 가결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만프레트 베버 EPP 대표는 "불신임안 투표는 시간 낭비이고, 러시아의 이익에나 부합할 뿐 유럽에 해를 끼칠 것"이라면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 대한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다만 불신임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것만으로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체제의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해 7월 5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의회 일각에선 EU 집행위가 너무 강압적이라는 불만이 확산하는 데에는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욘 플렉 유럽센터 선임 국장은 "불신임 투표는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이번 투표는 경고성 신호"라며 "EU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의회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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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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