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탈락 위기에서 상대 부상으로 행운의 기권승을 거뒀다.
신네르는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1위·불가리아) 세트 스코어 0-2로 끌려가다 상대가 기권했다. 1세트를 3-6, 2세트를 5-7로 연달아 내준 신네르는 3세트 게임스코어 2-2로 맞서 있었다. 이때 디미트로프가 오른쪽 가슴 근육 통증을 이유로 경기를 포기하면서 신네르가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디미트로프는 지난해 윔블던부터 올해 윔블던까지 최근 5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경기 도중 부상으로 기권패 했다. 치료를 위해 라커룸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기권을 선언한 디미트로프를 안아주며 위로한 신네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는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지켜봤다"고 말했다.
신네르는 디미트로프가 자기 가방을 정리하는 것을 직접 도와주기도 했다. 신네르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다. 1세트 첫 게임에서 넘어져 오른쪽 팔꿈치를 다쳤다. 이후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네르는 "빠른 회복을 바란다"며 "제가 오늘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팬들이나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순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였던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신네르는 8강에서 벤 셸턴(10위·미국)을 상대한다. 둘의 상대 전적은 신네르가 5승1패로 앞선다. 38세 베테랑 노바크 조코비치(6위·세르비아)는 투혼의 승리를 거뒀다. 그는 앨릭스 디미노어(11위·호주)와 16강전에서 3-1(1-6 6-4 6-4 6-4)로 역전승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조코비치는 플라비오 코볼리(24위·이탈리아)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신네르와 조코비치가 8강을 모두 통과하면 준결승에서 대결한다.
이로써 남자 단식 8강 대진은 신네르-셸턴, 조코비치-코볼리,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캐머런 노리(61위·영국), 테일러 프리츠(5위·미국)-카렌 하차노프(20위·러시아)의 대결로 압축됐다. 여자 단식 8강 대진도 정해졌다. 아리나 사발렌카(1위·벨라루스)-라우라 지게문트(104위·독일), 어맨다 아니시모바(12위·미국)-아나스타시야 파블류첸코바(50위·러시아), 이가 시비옹테크(4위·폴란드)-류드밀라 삼소노바(19위·러시아), 미라 안드레예바(7위·러시아)-벨린다 벤치치(35위·스위스)가 8강에서 맞붙다.
한편, 윔블던에선 러브 스토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셸턴은 현역 시절 '코트의 악동'으로 불린 데니스 로드먼의 딸 트리니티 로드먼(미국)과 교제 중이다. 미국 여자 축구국가대표인 트리니티는 셸턴의 경기를 찾아 응원했다. 알카라스는 영국 테니스 아이돌 에마 라두카누와 로맨틱 루머가 퍼졌다. 둘은 올해 US오픈에 혼합 복식 한 조로 출전하기로 했고, 이번 대회 기간 라두카누가 알카라스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