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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접시색이 달라"…시댁 식구 몰살한 호주 '독버섯 살인사건'

중앙일보

2025.07.07 21:44 2025.07.0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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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런 패터슨. 로이터-연합뉴스
2년 전 호주를 충격에 빠뜨린 엽기적 살인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7일(현지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대법원에서 배심원단은 시댁 식구들에게 독버섯을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 에린 패터슨(50)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사건은 2023년 7월 빅토리아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발생했다. 당시 남편과 별거 중이었던 에린은 시부모, 시고모 등 4명을 집에 초대했다. 남편 사이먼은 자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초대를 거절했다.

에린은 손님들에게 직접 만든 비프 웰링턴을 대접했다. 영국과 호주에서 즐겨 먹는 비프 웰링턴은 소고기에 볶은 버섯을 올린 후 반죽에 감싸 오븐에 구워낸 요리다. 식사를 마친 후엔 디저트로 시어머니 게일이 가져온 오렌지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에린이 난소암을 진단받았다고 말하자, 가족들은 진심 어린 조언과 기도를 건넸다.

데스캡이라고 불리는 독우산광대버섯. AFP=연합뉴스
화기애애했던 점심은 곧 '죽음의 식사'로 변모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간 시댁 식구들은 엄청난 복통에 시달렸다. 시아버지 돈은 "식사 후 몇 시간 만에 30번이나 토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데스캡(Death Cap)'이라고 불리는 독우산광대버섯을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 개만 먹어도 간과 신장이 손상돼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맹독성 버섯이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돈과 게일, 게일의 동생 헤더가 병원에서 사망했다. 헤더의 남편 이안은 두 달간 치료 끝에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병원 측은 에린에게도 연락해 중독됐을 수 있다며 입원을 권유했지만 에린은 아무 증상이 없었다.



끝없는 거짓말…범인만 달랐던 '이것'

에런 패터슨의 집 전경. AFP=연합뉴스
수사 당국은 그날 식사 자리를 둘러싼 여러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안은 그날 식사자리에서 에린의 접시가 이상했다고 배심원단에 진술했다. 손님용 접시는 모두 회색이었는데, 에린의 접시만 주황색이었다는 것이다. 또 비프 웰링턴은 한 접시에 통째로 요리하는 게 일반적인데 에린은 각 접시에 따로 만들었다. 냉장고에는 사이먼이 올 것에 대비해 여섯 번째 접시도 준비돼 있었다.

에린이 시댁 식구들을 초대한 목적도 불분명하다. 에린은 실제로는 암 진단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위 밴드 수술을 받는 것이 부끄러워 암이라고 둘러댔다고 진술했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또 에린은 슈퍼마켓에서 버섯을 구매했으며 자신이 버섯을 채집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식사 다음 날 에린이 버섯 건조기를 쓰레기 매립장에 버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자, 이번엔 실수로 독버섯을 요리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동안 취미로 버섯을 채집해 말려 보관했는데, 식용 버섯과 같이 보관하는 바람에 헷갈렸다고 했다.

자신만 멀쩡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폭식증이 있었다며 사건이 있었던 날도 케이크를 먹은 후 토해낸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두 얼굴의 며느리, 범행 동기는 미스터리

에린의 남편 사이먼 패터슨이 지난 5월 2일 모웰에 있는 라트로브 밸리 치안 법원에 출석했다. AFP=연합뉴스
문제는 에린의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이먼에 따르면 에린은 시댁 식구들과 사이가 좋았다. 특히 돈과 사이가 좋았는데, 사이먼은 "에린이 아버지의 온화한 성격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에린이 페이스북에서 남편을 "무능한 놈"이라고 험담하고 시부모에게 "가망이 없다"고 한 메시지가 공개됐다. 이밖에 에린이 독버섯이 발견된 위치를 검색하고 버섯 건조기를 구입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에린을 가리켜 "두 얼굴을 가졌다"고 했다.

법원은 배심원단의 결정을 기반으로 추후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호주는 1985년 사형 제도를 폐지해, 에린은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장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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