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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역대급 폭염에 20대 노동자 사망…대책 강화 나섰다

중앙일보

2025.07.07 22:35 2025.07.0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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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계속되며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지난 2일 경북 고령군 다산면의 한 밭에서 파 모종을 심던 농민이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지역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각 지자체가 폭염 대책 강화에 나섰다.

8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24분쯤 경북 구미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노동자 A씨가 앉은 채로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신고했다. A씨는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며 체온은 40.2도였다. 이날 처음 출근한 A씨는 동료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자리를 비웠지만, 퇴근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아 동료들이 찾아 나섰다고 한다.

고용 중인 근로자나 외국인 근로자가 온열 질환으로 사망할 경우 고용사업주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일 경우)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A씨의 발견 당시 체온 등을 이유로 사망 원인을 온열 질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A씨의 기저질환 등을 조사 중이다.

일찍 찾아온 폭염으로 경북에는 올해만 벌써 3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경북 봉화에서 밭일하던 80대가 사망한 데 이어 지난 4일 낮 12시 41분쯤에도 경북 의성군 가음면의 밭에서 90대 노인 B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B씨의 체온은 41도였다.

폭염이 연일 계속된 지난 4일 대구 중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 설치된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 아래로 한 시민이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대구·경북은 지난달 평균기온이 23.3도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을 세우며 폭염이 때 이른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이는 평년보다 1.9도 높은 수준으로, 최악의 폭염이 몰아친 지난해 기록(22.8도)보다도 0.5도 높다. 지난달 대구·경북 폭염일수는 3.9일로 역대 3위이며, 열대야는 1.1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자 대구시는 지난 2일 폭염대응 비상단계를 상향한 데 이어 8일 강화된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폭염 취약계층인 쪽방 주민에게는 냉방용품 지원, 대형선풍기 설치 등을 위한 재난기금을 지난해 1억2600만원에서 3억1000만원 수준으로 늘렸다. 특히 현재 온열 질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농업, 공사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재난안전 기동대 등 가용 인력을 모두 동원해 매일 예찰 활동을 실시하기로 했다.

경북도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는 야외 작업현장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오는 15일부터 확성기를 장착한 ‘폭염 드론’을 안동·구미 등 10개 시·군에 띄워 확성기를 통해 대응 요령을 안내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번 폭염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한 폭염”이라며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 논·밭, 건설 현장 등 야외에서 무리하게 활동하지 말고 가까운 무더위쉼터나 그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기록적인 폭염 속에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휴식 의무화 조항 재추진에 나섰다. 8일 고용부는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개정안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 재심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규개위는 해당 조항이 영세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어렵고, 형사처벌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폭염에 더 취약한 건 오히려 영세사업장”이라며 “사망사고 등 심각성을 고려해 재심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경서.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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