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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시간’ 벌었지만 관세 불확실성 여전…“산업협력 등 윈윈게임 만들어야”[View]

중앙일보

2025.07.07 22:46 2025.07.0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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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개최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주간 협상의 시간이 확보된 것은 굿뉴스, 불확실성이라는 안개는 걷히지 않았고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은 것은 배드뉴스’
한국에 8월 1일(현지시간)부터 상호관세 25%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서한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8월 1일로 연장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결정에 대한 미 현지 언론과 전문가 등의 총평을 요약하면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국가별 ‘관세 서한’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 25%, 카자흐스탄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2개국에 25~40%의 상호관세를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상호관세 유예 종료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다. 각국에 보내는 이른바 ‘트럼프 서한’의 내용은 대동소이했고 국가별 관세율 수치 등에서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한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개별 품목별 관세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일본에 대한 관세 25%는 애초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대(對)일본 상호관세율 24%에서 1%포인트 올린 수치다. 최근 미ㆍ일 양국 간 지지부진한 협상 상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동아시아 최대 동맹국인 한국ㆍ일본이 ‘트럼프 관세’를 피해가기는커녕 가장 먼저 공개서한 발송 대상국에 올랐다.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7일 "백악관은 지난 수개월간 한국과 일본 정부와의 협상에서 제시한 국방비 증액과 농산물 수입 확대 등에 관한 의미있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한국과의 무역 관계가 상호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오는 8월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하는 내용의 서한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시했다. 서한의 수신인은 이재명 대통령으로 돼 있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쳐


“8월 1일부터 25%”…관세폭탄은 피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8일로 예정됐던 상호관세 유예 마감일을 8월 1일로 연장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이날 서명했다. 25%의 상호관세율 부과 시점이 8월 1일로 미뤄졌다는 점에서 일단 최악의 관세 폭탄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월 1일 전날까지 약 3주간 ‘협상의 시간’이 확보된 셈이기도 하다.

시간은 벌었지만 안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한국이 보복 관세를 물릴 경우 그만큼을 더해 ‘25%+α’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했고, 관세 회피를 위한 제3국 경유시 추가 관세 대상이 될 거라고 경고했다.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별개”

특히 “품목별 관세는 별개”라고 한 대목은 위협적이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 주력 품목인 한국은 그간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적용중인 25% 관세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자동차(25%), 철강ㆍ알루미늄(50%) 등에 이미 부과된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사실상 못박았다. 개정 여지를 일찌감치 배제했다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협상 상황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조정 가능성이 있음을 여러 번 드러냈다. 그는 서한에서 “한국이 무역시장을 개방하고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려 한다면 우리는 이번 조치의 조정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며 “관세 조치는 한국과의 관계에 따라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8월 1일로 공언한 관세 부과 계획의 변경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8월 1일이라는 (관세 부과) 시한이 확고한가”라는 질문에 “100% 확고하다고는 하지 않겠다. 그들이 ‘우리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말하면 우리는 거기에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관세 양날의 검…‘트럼프의 딜레마’

이는 ‘트럼프의 딜레마’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이를 협상 지렛대 삼아 각국의 대미 투자를 늘리고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하는 데 관심이 더 크다. 관세를 무작정 대폭 올리면 겨우 안정세를 보인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고 국채 금리 급등과 같은 자충수로 돌아올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3주의 협상 시간을 얻은 한국의 담판 전략이다. 미국의 핵심 요구는 비관세 장벽 철폐 내지 완화다. 특히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법, 해외 콘텐트 공급자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구글 정밀지도 반출 규제 등을 대표적인 디지털 교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시정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각각 국내 중소 디지털 사업자 및 소비자 보호, 국내 콘텐트 공급자와의 형평성 확보, 군사 기간시설 보호 등 측면에서 한국이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요구다. 미국이 주장하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과 농산물 개방 확대는 농가 반발이 거세고 여론 민감도가 크다는 점에서 사실상 마지막 레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미국의 기대를 일정 부분 충족하는 교집합을 최대한 모색해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인 셈이다.



韓 강점 제조업 협력 확대 모색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왼쪽)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정부는 한국이 강점인 첨단 제조업 분야 협력 확대를 지렛대 삼아 한ㆍ미 간 절충점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미국의 주 관심사인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국내 제도 개선 및 규제 합리화 등과 함께 양국 간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산업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조기 성사를 추진 중인 한ㆍ미 정상회담도 하나의 변수다. 이날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대면 협의에서 양측은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제반 현안의 상호호혜적 타협’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한ㆍ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관세와 비관세 현안, 안보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패키지 회담’이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정상회담 성사 여부 역시 무역 협상의 진척 정도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거란 전망이 많다. 한 통상 전문가는 “결국 트럼프의 딜레마가 우리로선 해법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관세보다 미 제조업 부활을 원하는 트럼프 앞에서 단순한 무역 협상을 넘어 조선ㆍ반도체 산업 협력 등 우리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윈윈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구.김하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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