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위기에 몰린 가운데, 일본 정부가 외국인 관련 문제를 일원화해 대응할 사령탑을 만들기로 했다. '일본인 퍼스트(우선)'을 외치며 외국인 배제를 공약으로 내놓은 참정당이 자민당 텃밭인 보수층 표를 빠르게 잠식하자, 위기감에서 나온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외국인에 의한 범죄 등에 대응하기 위한 사령탑 기능을 맡을 사무국을 다음 주 초에 신설하기로 했다. 새 조직은 내각 관방에 설치되며 출입국재류관리청의 외국인 체류 자격 관리, 후생노동성의 사회보장제도, 재무성의 납세 관리 등 외국인 관련 사항을 일원화해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런 조치는 최근 참의원 선거전에서 우익 군소 야당인 참정당이 두각을 나타낸 것과 맞물려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3년 전 참의원 선거 때 중앙정치에 진출한 참정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 공약에서 "급속한 외국인 증가로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외국인 배제를 주장하고 있다. 비숙련·단순 노동자 수용 규제, 외국인에 대한 생활보호 지원 중단, 영주권 취득 요건 강화 등이 주요 공약일 정도다.
앞서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 참정당 대표는 지난 2일 토론회에서도 "이민과 외국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국가 운영을 제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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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당 지지율 8.1%로 2위
외국인 배제 공약이 먹히면서 참정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민당(18.2%)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교도통신이 지난 5∼6일 12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례대표 투표에서 참정당을 찍겠다는 응답은 직전 조사(지난달 28∼29일)와 비교해 2.3%포인트 상승한 8.1%였다.
일부 외국인의 범죄 및 의료보험 부정 이용 사례 등에 대한 불만이 자민당 지지층으로 하여금 참정당 지지로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는 "재일 외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외국인 관련 사건·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며 소음, 악질적인 운전 매너 등도 문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민당 입장에선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초반 판세만 봐도 자민·공명 연립 여당이 목표로 내건 과반 의석 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정당이 참의원 과반을 지키려면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125석(총 242석) 중 50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마이니치신문의 지난 5∼6일 조사(5만5430명 대상)에서 여당 의석은 36∼56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급기야 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 등 다른 야당도 외국인 제도 개선 등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자민당도 공약에 '위법 외국인 제로' 대응에 속도를 내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요미우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외국인과 질서 있는 공생 사회 실현을 위한 조치도 지시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치권에서 외국인 배제 공약이 줄 잇는 것과 관련, 엔도 겐(遠藤乾) 도쿄대 교수는 마이니치에 "보수 정당은 일본의 전통적 문화가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며 "일종의 배외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인구가 줄고 저출산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인력난을 해결하려면 외국인에게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보수층은 이런 상황에 대해 초조함을 느끼는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