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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GPS·스타링크 미군 겨냥중…美, 위성 요격에 사활 건다

중앙일보

2025.07.07 23:57 2025.07.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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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네트워크와 중국 국기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미국과의 ‘우주 격차’를 갈수록 줄이고 있다. GPS와 스타링크 등 미국이 자랑하는 첨단 우주 기술의 중국 버전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런 중국의 우주 굴기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닌 미국을 겨냥한 군사 위협일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이 가진 위성 기반 우주 기술을 사실상 대부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위성항법시스템(GNSS)이다. 가장 대표적인 GNSS인 미국의 GPS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은 베이더우(北斗) 체계를 내놨다. 2000년 베이더우-1 발사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정지궤도 5기, 경사궤도 5기, 중궤도 4기의 위성으로 구성된 베이더우-2, 2020년에는 전 지구를 담당하는 베이더우-3를 완성해 운용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중국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의 ‘발사’ 표식 뒤로 유인우주선 선저우 20호를 탑재한 창정2F 로켓이 발사 전 마지막 정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자랑하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대항마도 육성 중이다. 중국은 정부가 설립한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CSNG) 주도로 2035년까지 저궤도에 1만 3000기 규모의 위성 발사를 목표로 하는 ‘궈왕(國網)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6월까지 34기를 우주에 띄웠다. 상하이시가 주도하는 저궤도 위성시스템 ‘첸판(千帆·천개의 돛)’은 지난해 8월 첫 위성 발사에 성공한 뒤 5차례에 걸쳐 90개 위성을 쏘아 올렸다. 2030년까지 1만 5000기의 위성을 띄우는 게 목표다.

차준홍 기자
정보·감시·정찰(ISR) 위성으로 활용 가능한 고해상도 관측 위성 개발도 미국 못지 않다. 2013년을 시작으로 중국은 가오펀(高分), 야오간(遥感), TJS 같은 정지궤도 관측위성을 100여기 운용하고 있다. 미국이 극비리에 운용 중인 무인 우주선 X-37B과 같이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선을 ‘선룽(神龍)’이란 이름으로 개발하고 있다.



“베이더우, 유도 미사일 정확도 높여”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해 9월 태평양 해역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뒤 해당 사진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문제는 중국의 우주 기술이 군사 목적으로 쓰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SCMP는 “아시아태평양 일대에 주둔하는 모든 중국군에 위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베이더우의 경우 이 지역에선 미군이 쓰는 GPS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며 “중국군은 베이더우를 통해 미사일과 폭탄 등에 쓰이는 유도 시스템을 보다 정밀하게 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저궤도 인터넷의 경우 드론 전에 유용하다. 병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지난 3년간의 전쟁 동안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군을 효과적으로 공격했는데, 스타링크가 제공한 네트워크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SCMP는 “중국의 자체 저궤도 인터넷망은 중국군에 탄력적인 연결성을 제공한다”며 “드론 전 뿐 아니라 지휘·통제, 전황파악 등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中 우주 스토킹으로 美 전략자산 강탈 우려”

챈스 솔츠먼 미 우주군 참모총장이 지난달 26일 미 상원 청문회에 나와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ISR 위성과 재사용 우주선의 경우엔 미 우주군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이른바 ‘우주 스토킹’이다. 중국 위성과 우주선이 미국의 위성이나 우주선에 가까이 접근해 추적·감시를 벌이고, 나아가 미국 전략 우주 자산을 강탈하거나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군은 중국 우주 기술을 군사적 위협으로 규정한다. 챈스 솔츠먼 미 우주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26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운용하는 1060개의 위성 중 절반은 첩보수집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상에서 발사해 위성을 공격하는 위성요격미사일(ASAT), 지구 궤도상에서 레이저나 미사일로 다른 위성을 공격하는 킬러 위성, 위성을 교란하는 전자전 무기 등도 중국이 개발 중이거나 개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솔츠먼 참모총장은 또 첩보 위성으로 파악한 위치 정보를 통해 미군과 동맹국을 미사일로 정밀 타격하는 체제인 ‘킬웹(kill web)’을 두고 “(미군의) 가장 큰 도전과제”라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우주 예산은 199억 달러(약 27조원)로 미국(797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냉전 종식 후 미국이 우주 투자 속도를 늦춘 사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위성 요격서 결판…무인 우주선 개발 집중

미국은 중국과의 우주 경쟁의 최종 무대를 ‘위성 요격’으로 보고 있다. 솔츠먼 참모총장은 지난 4월 “미·중 간 충돌이 발생하면 위성이 최우선 공격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휘팅 미 우주군 사령관도 “미군이 우주 공간에서 군사적으로 압도하려면 반드시 ‘궤도 요격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 상원은 무인우주선 X-37B 개발에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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