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북미 시장 수요 부진으로 고전했던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이 중동과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국가에 직접 진출해 생산기지를 만드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8일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계 ‘빅3’로 불리는 두산 밥캣,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두산 밥캣은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한 2조982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8.6% 감소한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도 같은 기간 매출은 12% 감소한 1조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이익은 26.9% 줄어든 678억원으로 나타났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7.4%, 영업이익은 22.3% 감소했다. 2분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건설 경기가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건설기계 기업들은 경기 둔화에 크게 흔들렸다. 지난 2~3년 동안 미국 바이든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으로 건설 경기를 끌어올리면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국 경기가 둔화했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건설경기 기세 역시 꺾였다.
건설기계 업계는 믿었던 북미 시장을 떠나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프라 투자가 활발한 곳이라 건설기계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성장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물류, 항공 등 비석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 주도의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1위 매장량을 기록하고 있는 니켈 등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어 채굴용 장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신규 수주도 이어지는 중이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1분기 중동과 튀르키예에서 500대 이상의 건설장비를 수주했다. 지난해 해당 지역 연간 총판매량의 40%가 넘는 규모다. 지역별 판매량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지역 333대, 튀르키예 224대다. 이밖에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2월 인도네시아 석탄 광산에 100톤급 굴착기 판매에 성공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수주에 성공한 초대형 건설기계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50톤 이상의 초대형 건설기계 가격은 약 10억원이다. 일반 제품 대비 5배 이상 비싸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산업 다각화 전략을 펼치는 중동 국가들의 건설 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현지 밀착형 영업전략을 펼쳐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두산밥캣은 인도 시장에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판매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인도 첸나이공장에 1만1300㎡(약 3400평) 규모의 미니 굴착기 생산동 증설했다. 두산밥캣은 오는 2028년 인도 시장 연간 장비 판매 목표를 약 8900대(2023년의 약 2배)로 잡았다.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건설경기 불황에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는 합병을 진행한다. 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이번 합병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오는 2030년 글로벌 최고 수준인 매출 14조80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