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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빌미 될라…與, 구글 등 겨눈 '온플법' 속도조절

중앙일보

2025.07.08 01:13 2025.07.0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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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공개한 한국 관련 관세 서한에서 비관세 장벽 제거를 언급하면서, 그간 미 정부가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반대해 온 한국의 온라인플랫폼규제법 입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전략 수정에 나섰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선 기간 온라인플랫폼독과점규제법과 온라인플랫폼거래공정화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독과점규제법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불공정 행위(자사우대, 끼워팔기 등)를 규제하며 ▶금지행위 위반의 입증책임을 사업자가 지도록 하는 게 골자다. 거래공정화법은 ▶수수료 상한제와 영세 업체 우대 수수료율 도입 ▶자영업자 등에 대한 단체협상권 부여가 핵심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오른쪽은 진성준 정책위의장. 임현동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월 31일 공개한 ‘2025년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에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한국의 주요 무역장벽에 포함하면서 두 법안은 한·미 통상 협상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해당 법안의 규제 범위에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 외에 구글·메타·아마존·애플 등 미국 기업이 다수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 43명은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법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민주당에 관련 입법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산업부는 “미국 측이 관세 협상에서 디지털 분야 규제 해소에 가장 높은 중요도를 부여하고 있는 만큼 규제 법안 통과 시 우리 측의 협상 의지가 없는 것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 통과되더라도 미국 측이 보복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공정위는 “플랫폼 법안과 관련한 미국 측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력 아래 미 재계와 소통을 지속하는 등 대내외 환경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미국 측의 요구가 독과점규제법에 한정돼 있다고 보고,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거래공정화법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거래공정화법은 ‘국내 온라인 플랫폼 이용 사업자와 국내 소비자 간 거래에 대해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배달앱 수수료 등 자영업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통상 이슈가 없는 거래공정화법부터 먼저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브리핑 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에 보낸 관세 관련 서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로이터
민주당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재 우후죽순으로 발의된 두 법안을 각각 하나로 통일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7월 22일로 예정된 정무위 2소위에 관련 법안들을 병합해서 논의할 계획이지만, 국민의힘이 반대할 경우 준비한 단일안을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독과점규제법의 경우 통상 이슈를 고려해 속도조절을 해야 하겠지만, 거래공정화법은 야당도 대선 기간 공약한 만큼 반대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거래공정화법 적용 범위에도 미국 기업인 구글·애플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정부로부터 거래공정화법까지 통상 이슈에 얽혀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준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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