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 국고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내용의 내란 특별법안을 8일 발의했다. 8·2 전당대회에서 당권 경쟁을 하는 박 의원과 정청래 의원이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둔 이날 박 의원은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추진을 공약했다. 법안엔 ▶내란 재판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 ▶내란범 사면·복권 제한 ▶내란 관련 자수·자백자에 대한 처벌 감면 등의 내용도 담겼다. 박 의원은 “5공 청문회에 버금가는 윤석열·김건희 내란 청문회도 열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강경 법안으로 강성 지지층에 어필하는 전략”(중진 의원)이란 평가가 나왔다. 별도의 재판 기관을 따로 만드는 법안은 과거부터 “위헌 소지가 있다”(2018년 11월 대법원)는 지적을 받아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정 의원은 모두 “추석 전 검찰청 해체”도 강조하고 있다.
박 의원이 특별법안을 발의한 건 상대적으로 열세인 당심(黨心)을 흔드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정청래 의원은 32%를 얻어 28%인 박찬대 의원을 4%포인트 앞섰다. 조사 대상을 민주당 지지층으로 좁히면 정 의원(47%)과 박 의원(38%)의 격차는 9%포인트로 벌어졌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오직 당원, 오직 당심”이라고 적는 등 이 같은 여론조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 의원은 대선 때부터 권리당원이 가장 많은 호남에 주로 머물며 바닥 민심을 훑었다. 그는 8일 KBS 광주 라디오에 출연해 호남 당원들을 “놀라운 민주화 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고 치켜세우며 “국회의원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모든 것을 보고 계신다”고 말했다.
반면 여의도 민심은 박 의원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날 민주당에선 박주민·유동수·김기표·박선원·염태영 의원 등의 페이스북 릴레이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또한 이날 내란 특별법안에는 115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친이재명계 의원 상당수는 박 의원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다만, 경쟁자인 정 의원과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여럿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창립 멤버인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는 전날 결의 대회를 열고 황명선 의원을 최고위원 후보로 추대했다. KDLC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역임한 인사가 주축인 모임으로 현역 의원인 회원이 약 20명에 달한다. 현장에선 “박찬대와 황명선이 러닝메이트로 뛸 것”(여권 관계자)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 당선인 수십명을 배출하며 소속 의원만 45명에 달하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회원들도 물밑에서 박 의원을 돕고 있다고 한다.
정 의원을 공개 지지하는 의원도 늘고 있다. 한민수 의원은 최근 민주당 대변인을 사퇴하고 정 의원의 일정에 동행하고 있다. 장경태·최기상·김영환·권향엽·양문석 의원 등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7일 정 의원의 ‘국민이 지키는 나라’ 북 콘서트엔 추미애·박지원·전현희·최민희 의원 등 35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정 의원을 물밑에서 돕는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는 정 의원에게 최대한 스포트라이트를 몰아주는 방식의 선거 캠페인을 펴고 있다”며 “정 의원을 돕는 수십명의 현역 의원은 노출을 줄이면서 실무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대표는 ▶대의원(15%) ▶권리당원(55%) ▶국민 여론조사(30%)를 합산해 선출한다. 정 의원 측은 “권리당원 표심은 우리가 확실히 우세하다”고 했다. 반면 박 의원 측은 “당심도 곧 골든 크로스를 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친명 중 친명으로 불리는 두 분이 세게 부딪히면 당이 주류와 비주류로 나눠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민형배 의원)는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