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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여성 임원 8.1%…5년새 2배 됐지만 ‘사외이사’ 효과도

중앙일보

2025.07.08 01:36 2025.07.0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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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들이 여성 임원과 중간관리자 육성에 속도를 내면서, 여성 임직원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나 오너 일가 중심으로 여성 임원이 늘고 있어 ‘형식적 다양성’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현대자동차가 3월 준공한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여직원이 차량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


대기업들 女허리 키운다

8일 주요 대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들을 분석해보니 여성 임원은 물론 과장~부장급 중간관리자에서도 여성 비중이 증가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여성 임원(사외이사 제외) 비중이 2014년 전체 임원의 4.2%에서 2024년 7.4%로 늘어났다. 과·차·부장에 해당하는 여성 간부(CL3·CL4) 비율 역시 12.4%에서 18.2%로 늘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기준 여성 중간관리자 비율이 30%, 수익 발생 부서 내 여성 관리자 비중이 32.6%에 달했다. 직책 팀장 중 여성 비율은 6.3%로 지난해 목표치(5.8%)를 초과했다.

‘남초’ 기업으로 꼽히는 철강·자동차 기업들도 변화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에선 관리·직책자 수당을 받는 여성 리더가 2022년 114명(2.0%)에서 2024년 157명(2.5%)으로 증가했다. 임원들도 같은 기간 8명(3.7%)에서 11명(4.1%)으로 소폭 늘었다. 현대자동차에서도 여성 인재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특히 지난해 성과급 포함 총보수 기준 여성 임원의 연 평균 총 급여(4억9578만원)가 남성 임원(4억6284만원)보다 3200만원 가량 더 많았다. 현대차의 최고·중간·하급 관리자에서도 2022년에 비해 여성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기업들 대부분은 2030년을 여성 리더 확대의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중 하나인 ‘성평등’ 부분에서 2030년까지 사회 전반에서 여성의 온전하고 효과적인 참여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와 연기금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다양성 수준을 SDGs에 기반한 ESG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여성 임원 비율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투자 유치나 ESG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 리스크’가 실존한다는 뜻이다.

신재민 기자


‘무늬만 증가?’ 한계도

다만, 여성 임원 증가세가 아직은 사외이사 중심이긴 하다. 이날 리더스인덱스 분석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낸 376곳의 전체 임원 1만5016명 중 여성 임원은 8.1%(1210명)으로 2019년(3.8%)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2022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이 이사회에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크게 높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개정안은 이사회가 특정 성별로만 구성되지 않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500대 기업 중 376곳의 여성 사외이사 수는 2019년 대비 7.6배(38명→292명)로 늘었다. 사외이사는 통상 기업 외부의 전문가로, 내부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리더십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34명의 여성 사내이사 중 14명(40%)은 오너 일가 혹은 친인척 출신으로 나타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성별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실제 기업 내에서 권한을 가진 핵심 임원은 여전히 남성 중심”이라며 “형식적 수치를 채우는데 급급하기보다는 경력 단절이나 승진 누락을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인사 시스템이 필요다”고 말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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