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안철수 의원은 8일 라디오에서 “(당대표가 되면) 먼저 가장 최소한의 인적 쇄신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아주 심하다면 출당도 가능하지만, 미리 예단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 의원이 ‘송언석 비대위’에 제안한 최소한의 인적 쇄신은 권성동·권영세 의원의 자진 탈당으로 알려졌지만, 이보다 강한 조치인 강제 출당까지 언급한 것이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두 의원을 겨냥해 “정계 은퇴까지 선언하고 당이 살아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기희생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이 실망한 것”이라며 “친윤의 핵심으로 분류됐던 분들은 목소리를 안 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안 의원이) 위기 상황에서도 일신의 영달을 우선하는 모습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주변에서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낮다’는 기대를 심어주며 욕심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권영세 의원도 페이스북에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를 보이는 점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썼다.
앞서 권영세 의원은 ‘김문수-한덕수 후보 교체 시도 파문’ 직후인 5월 10일, 권성동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6월 12일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각각 사퇴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혁신과 인적 쇄신의 상징으로 두 사람이 계속해서 소환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패배 후 인적 쇄신론이 고개를 들자 ‘윤석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적 두 인물이 제1의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쌍권'이라 불리는 두 사람은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영입해 당선으로 이끌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개국공신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뒤이은 탄핵 정국에선 당 지도부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때는 “탄핵 심판 전후의 국정 안정과 혼란 수습에 대비해 나가겠다”며 ‘탄핵 반대’ 집회 등에 참석하지 않고 친윤 강경 노선과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조기 대선 때 국민의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바꾸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논란과 비판에 휩싸였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도 ‘5대 개혁 과제’에 후보 교체 시도 당무 감사를 강조하며 쌍권을 겨냥했다. 지난 2일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에 내정됐을 때도 “국민이 바라고 있는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인적 청산에 대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시 후보 교체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청탁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두 사람 모두 “후보 교체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었을 뿐”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한 이후 연락조차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