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 광명과 파주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등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7월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온열질환자가 전국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인 7일 하루 전국 500여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모두 98명에 달했다. 질병청이 지난 5월 15일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래 전날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총 977명으로, 1000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478명의 2배로 늘었다.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는 총 7명으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3명) 2배 수준이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열사병ㆍ열탈진 등 급성질환을 말한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방치 시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이날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 통계에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하청 노동자가 숨지는 등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
올해 온열질환자 977명 중엔 남성이 75.9%다. 노약자가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해 응급실 온열질환자 3명 중 1명(33.5%)이 65세 이상이었다. 직업은 단순 노무 종사자가 21.2%로 가장 많고, 장소별로는 작업장(25.9%), 논밭(16.3%), 길가(13.4%) 순으로 온열질환이 많이 발생했다. 세부 질환 중에선 열탈진이 56.1%로 절반 이상이고, 열사병(20.4%), 열경련(12.8%), 열실신(9.2%), 열부종(0.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주변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물수건ㆍ물ㆍ얼음 등으로 몸을 닦거나 부채ㆍ선풍기 등으로 체온을 빨리 내려줘야 한다. 이렇게 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특히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119에 신고하고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질식 위험이 있으니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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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없어도 물 꾸준히, 음주 자제해야
질병청은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물을 자주 마시고, 그늘에서 시원하게 지내며, 더운 시간대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폭염 주의보ㆍ경보가 발령되면 가능한 낮 시간대 활동을 줄이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챙 넓은 모자나 양산으로 햇볕을 차단하는게 좋다. 또 밝은 색상의 헐렁한 옷을 착용하면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온열질환자는 오후 시간대뿐만 아니라 오전에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야외 작업 시 주의해야 한다. 폭염 시에는 갈증을 느끼기 이전부터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초기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 음주는 체온을 상승시키고,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과음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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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활동 강도 낮춰야
심혈관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위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고, 기존 치료를 잘 유지하면서 무더위에는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추는 것이 좋다. 어린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는 자동차나 집에 혼자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부득이 외출할 때에는 홀로 두지 말고 이웃이나 친인척, 돌봄 시설 등에 부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