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와 전쟁 나면 군 보급선 어디로…유럽 최대 항구 대비중
로테르담항 "나토 보급선 수용 장소 마련·상륙 군사 훈련도 가능"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유럽 최대 항구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이 러시아와 전쟁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보급선을 위한 공간 확보와 군사 훈련 계획과 같은 대비를 이미 시작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우데베인 시몬스 로테르담 항만공사 최고경영자(CEO)는 이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캐나다, 영국 군수 차량·물품이 도착할 경우 어떻게 관리할지를 유럽 2대 항구인 벨기에 앤드워프항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시몬스 CEO는 "모든 터미널이 군수품을 다루는 데 적합한 건 아니다"라며 "다량의 군수품이 선적돼야 한다면 앤트워프와 기타 항구로 물량을 넘겨주고, 그 반대로도 하는 방안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서로 경쟁 상대라는 인식이 점점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몬스 CEO는 또한 1년에 4∼5차례는 몇 주에 걸쳐 한 척 이상의 선박이 부두에 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정박 장소는 바뀔 수 있다고 했으나 로테르담항에서 선박 간에 안전하게 탄약을 옮겨 실을 만한 유일한 장소로 컨테이너 터미널이 꼽힌다.
연간 여러 차례 상륙 군사 훈련도 치러질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로테르담항은 2003년 걸프전 때 무기류를 다룬 적이 있기는 하지만, 냉전이 한창일 때조차 군을 위한 전용 부두를 마련한 적은 없었다. 앤트워프항은 유럽 주둔 미군 물자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이런 움직임은 유럽 전역에서 '전쟁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추세와 맞물린다. 러시아의 위협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력 방위 요구로 유럽연합(EU)은 최대 8천억 유로(1천286조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
네덜란드도 최근 나토 결의에 따라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5월 네덜란드 국방부도 로테르담이 나토의 요청이 있을 때 군수품 수송선을 수용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러시아가 2030년까지 나토 동맹국 중 하나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뫼즈강을 따라 42㎞에 걸쳐 펼쳐진 로테르담항은 연간 4억3천600만t의 화물을 처리한다. 바다로 들어오는 배는 2만8천척, 강을 따라 들어오는 선박은 9만1천척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EU의 대러시아 제재로 석유를 중심으로 물동량 약 8%가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럽 국가들은 보호장비와 약품 확보에 난항을 겪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석유 공급 급감으로 이어졌다.
시몬스 CEO는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유럽 각국이 석유를 비롯한 필수품 재고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1973년 석유파동 이후 EU가 회원국에 90일치 전략적 석유 공급량 유지를 의무화했다는 점을 들며 "구리, 리튬, 흑연 같은 중대 원자재에도 그런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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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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