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이름조차 낯선 A매치 데뷔전 선수가 전반에만 '포커'를 완성했다. EAFF E-1 챔피언십 첫 경기부터 무자비한 화력쇼였다. 경기는 일본의 6-1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8일 오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홍콩을 6-1로 꺾었다.
일본은 이날 3-4-2-1 포메이션으로 나섰고, 선발로 나선 대부분이 유럽파가 아닌 J리그 소속이었다. 일명 '3군'이라는 평가를 받는 라인업이었지만 경기력은 '1군' 못지않았다. A대표팀 첫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조직력과 결정력 모두에서 홍콩을 압도했다.
기대 이상의 이름이 전광판을 장악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 소속 공격수 저메인 료가 경기 시작 25분 만에 4골을 몰아치며 데뷔전을 환상적으로 수놓았다. 1995년생으로 이번에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그는 소속팀에서 올 시즌 23경기 4골에 그쳤지만, 이날 A매치 단 한 경기에서 시즌 골 수를 그대로 복제했다.
포문은 전반 4분에 열렸다.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저메인은 지체 없는 왼발 하프 발리슛으로 홍콩 골망을 흔들었다. 6분 뒤엔 다이빙 헤더로 추가골을 넣으며 멀티골을 신고했다. 이 두 골 모두 소마 유키가 크로스를 올려 결정적 도움을 기록했다.
전반 20분엔 중거리 골이 터졌다. 나고야 그램퍼스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나가키 쇼가 페널티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홍콩 골문을 열었다. J리그에서 이미 7골을 넣으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인 이나가키는 이날도 본인의 장기를 국제무대에서 증명했다.
이후 저메인의 쇼타임이 다시 시작됐다. 전반 22분, 2차례의 백힐 패스를 이어받아 아크 정면에서 왼발로 정확하게 마무리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전반 26분엔 오른쪽에서 낮게 깔린 크로스를 오른발로 방향만 살짝 틀며 네 번째 골까지 추가했다. 25분 만에 포커 달성이라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반면 홍콩은 사실상 6백에 가까운 수비 블록을 쌓았지만, 상대의 폭격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수비진은 일본의 측면 공세에 반복적으로 공간을 내줬고, 중원은 저메인의 기습적인 침투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홍콩은 전반 26분에야 처음으로 슈팅을 시도할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 결국 전반 30분엔 안 척 판을 빼고 미첼을 투입하며 조기 교체 카드를 꺼냈다.
전반전은 일본의 손쉬운 5-0 리드로 마무리됐다.
홍콩이 한 골을 따라잡았다. 후반 13분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매튜 오어가 헤더로 연결하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일찍이 점수 차가 벌어졌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양 팀의 집중력이 모두 저하됐다. 좀처럼 추가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일본이 주도하고 홍콩이 기회를 엿봤다. 후반 24분 역습 상황에서 나온 슈팅이 일본의 골대를 때렸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홍콩의 골문을 두드리던 일본이 마침내 한 골을 추가하는 듯했다. 후반 45분 안도 토모야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로 골망을 갈랐으나 이 정면에서 파울이 선언되면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일본이 6번째 골을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공을 잡은 나카무라 쇼타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드리블을 시작했고 상대 수비수를 빠르게 제압한 뒤 득점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