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프랑스, 대형 산불 확산…유럽 대륙 전역 몸살
유럽, 최장 5개월간 긴 폭염…"계절 경계 허물어져"
'뉴노멀'된 유럽 폭염…아크로폴리스 폐쇄, 폴란드선 강 말라(종합2보)
세르비아·프랑스, 대형 산불 확산…유럽 대륙 전역 몸살
유럽, 최장 5개월간 긴 폭염…"계절 경계 허물어져"
(로마·파리=연합뉴스) 신창용 송진원 특파원 = 한국뿐 아니라 유럽도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서유럽에 이어 유럽 전역으로 세력을 뻗치면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더 뜨거워지고 길어진 여름이 '뉴노멀'이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는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고대 신전이 있는 유명 관광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관광객 출입을 금지했다.
관광객이 폭염으로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전국 최고기온은 42도, 수도 아테네는 38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아크로폴리스는 그늘이 없는 바위 언덕 꼭대기에 있어 체감 온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6일부터 40도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그리스는 야외 육체노동 종사자와 음식 배달업 종사자 등 고온에 취약한 노동자에게 강제 휴무를 명령했다.
스페인 서부 지역도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4∼39도에 달하는 등 여전히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의 서쪽에 맞붙은 포르투갈의 동부 지역 곳곳도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9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그나마 지난달 29일 일부 지역에서 46.6도를 찍은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폴란드는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가뭄 탓에 강물이 말라붙는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폴란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최대의 강인 비스툴라강의 수위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낮아졌다. 바르샤바의 불와리 관측소에 따르면 이 강의 수위는 고작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류는 강바닥까지 드러났다.
비스툴라강뿐 아니라 오드라강, 바르타강, 부크강, 나레프강 등 폴란드의 주요 강을 따라 위치한 모든 주(州)에 가뭄 경보가 발령됐다.
이에 따라 농업용수 부족은 물론 식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무더위와 함께 거센 산불도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세르비아 내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2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4명이 다쳤다고 전날 밝혔다. 산불 피해가 가장 심각한 남부 쿠르슘리야 마을과 동부 보르주의 주도인 보르시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세르비아 내무부 비상관리국 국장 대행인 루카 카우식은 "상황이 심각하다"며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이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선 40도를 넘나들던 최악의 더위는 이번 주 누그러졌지만 대신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남부 오드 지역에선 전날 산불이 나 이 지역을 지나는 고속도로 양방향 통행이 중단됐다가 이날 재개됐다. 이 불로 소방관 5명과 민간인 5명이 경상을 입었다. 불은 이날 아침까지도 진화되지 않아 현장에 1천명의 소방관이 배치된 상태다.
프랑스 남부의 레 펜 미라보에서도 이날 들불이 나 빠르게 확산하면서 인접한 마르세유 공항이 정오께 폐쇄됐다. 이 곳에도 인력 168명과 항공기 7대, 헬리콥터 3대가 동원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강풍이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환경단체인 '모두를 위한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 for All)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주요 도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럽 도시들은 1년에 최장 5개월 동안 폭염을 겪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는 5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약 145일 동안 섭씨 32도가 넘는 고온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니아 티라나는 143일, 포르투갈 리스본은 136일이었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철이라는 전통적인 계절 구분이 점차 의미를 잃어가는 셈이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송진원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