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김모(50)씨는 주중 아르바이트생을 없앤 지 3년쯤 됐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이후 주휴수당(유급 휴일수당)까지 감당할 여력이 안 돼서다. 평일에는 김씨와 남편, 20대 딸이 동원돼 24시간 영업을 유지하고 주말에만 하루 7시간씩 두 명의 알바생을 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15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에도 주휴수당을 확대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근심이 커졌다. 김씨는 “인건비를 줄이려 주말에만 겨우 알바생을 고용했는데 최저임금이 오르고 주휴수당까지 줘야 한다면 7시간 알바생도 더는 쓰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근로자 보호 취지의 각종 정책이 예고되자, 자영업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주휴수당과 퇴직금 지급 대상이 줄줄이 확대될 조짐이라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사이에선 “앞으론 나홀로 자영업이나 가족 경영이 가능한 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비관이 나온다.
8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에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현재 1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를 3개월 이상만 일해도 받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 방침을 보고했다. 고용부는 이와 관련,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라는 입장이지만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정부가 자영업자들 살피겠다고 하면서 실제 추진하려는 정책을 보면 앞뒤가 안 맞는다”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주휴수당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원이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일당을 더 주는 제도다. 시급 20% 인상 효과와 같아 여력이 안 되는 고용주들은 직원을 줄이거나, 15시간 미만으로 알바생을 쪼개 쓰며 버티고 있다. 이마저도 어려운 소규모 업장에선 가족을 동원하거나 나홀로 운영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단기간에 급격히 인상되면서 주휴수당 문제가 불거졌다. 윤석열 정부 때 노동개혁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주휴수당이 15시간 미만 근로의 쪼개기 계약을 양산하는 원인이라며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는 점차 늘어 2019년 전체 취업자의 4.8%를 차지하다 지난해 6%까지 올랐다.
그런데 주휴수당이 되레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자영업자들이 고용 자체를 꺼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퇴직급여 지급 대상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반발을 부르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동관(66)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경력자 임금은 더 올려줘야 해 매년 부담이 느는데, 일주일에 15시간도 일 안하는 단기 알바생에게도 주휴수당을 주고 3개월만 일해도 퇴직금을 줘야 한다면 자영업자는 지금보다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단시간 일자리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그 일자리마저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영세 소상공인의 여력을 고려해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휴수당은 과거 저임금·장시간 근로자가 하루 정도는 유급으로 쉬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라며 “장시간 근로와 관계없는 초단기 근로자에게 복지 수당처럼 선심쓰듯 주는 방식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지급 능력을 고려해 예외 규정을 두는 등 단계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