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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혼, 하나의 하모니…임윤찬과 스승 손민수 한 무대

중앙일보

2025.07.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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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처음 만난 사제 피아니스트 손민수(왼쪽)와 임윤찬. “오랜 시간 함께 치열하게 음악을 고민했다”는 이들은 한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을 비롯한 작품들을 피아노 두 대로 함께 연주한다. 서울과 스위스의 공연이다. [사진 목프로덕션]
“오랜 시간 음악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눠 온 음악가.”

피아니스트 손민수(49)가 제자 임윤찬(21)에 대해 이렇게 칭했다. 8일 언론사들과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제자이기 이전에 함께 음악을 사랑하고 나누는 동료, 늘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해주는 존재”로 임윤찬을 거론했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어떤 것이 ‘좋은 음악’이며 ‘좋은 연주’인지에 대해 서로의 관점을 나누고 되짚으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두 피아니스트는 이달 함께 무대에 선다. 두 대의 피아노에 나눠 앉아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R.슈트라우스를 들려준다. 서울에서 스위스 베르비에까지 이어지는 여정이다.

둘은 2017년 처음 만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 오디션에서였다. 손민수는 2023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13세의 임윤찬이 연주하는 리스트 ‘메피스토 왈츠’를 들으며 “엄청난 재능을 바로 알아챘다”고 했다. 스승은 “윤찬의 10대 시절 연주를 세상이 들어봐야 한다”면서 2022년 제자를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 내보냈다. 임윤찬은 대회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했고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30세에 호넨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등으로 주목 받았던 손민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2023년 미국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임윤찬 또한 같은 해, 같은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번 서면 인터뷰에서 임윤찬은 손민수에 대해 “선생님은 제 인생과 음악 모두 다, 절대적이고도 전반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또 “선생님과 연주하는 것은 언제나 축복”이라고 했다.

두 피아니스트의 듀오 연주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 포항 음악제에서 라벨의 ‘라 발스’를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했다. 이후엔 작품에 대한 취향을 공유했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손민수와 임윤찬이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독주회에서 선곡했다. 이번의 듀오 연주곡 또한 두 피아니스트의 공통 관심 작품들이다. 둘은 라흐마니노프 말년의 작품인 ‘교향적 무곡’과 R.슈트라우스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의 편곡 버전을 들려준다.

여기엔 둘의 깊은 교감이 있었다. 손민수는 “‘교향적 무곡’은 라흐마니노프 인생의 총결산 같은 곡이다. 윤찬이와 라흐마니노프의 육성이 담긴 녹음을 함께 듣고 감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임윤찬은 “어릴 때부터 내 마음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곡들을 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어떤 연주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함께 노래하고 싶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인 동시에,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 둘이다. 전혀 다른 두 명의 인격체가 만나 많은 시간 고민하고 사투해 얻어낸 음악 그 자체로 이 연주의 의미가 있다.”

오랜 시간 함께 음악을 고민한 사이지만 최근 바흐 골드베르크의 각각 연주에서도 드러났듯, 서로 분명히 다른 해석을 하는 피아니스트들이다. 손민수는 “듀오 연주에서는 자신의 소리로만 (음악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상대의 소리를 감싸며 여백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며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 피아니스트들에겐 공감과 신뢰가 요구되는 여정”이라고 했다.

이들의 듀오 공연에 대한 기대는 ‘노래’로 모인다. 임윤찬은 “피아노가 노래하게 만드는 듀오가 좋은 듀오”라고 했고, 손민수 또한 “서로 다른 영혼이 하나의 하모니로 노래하는 순간”을 이중주의 매력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또 한 명의 음악가가 등장한다. 바로 홍진기 창조인상의 최초 10대 수상자인 작곡가 이하느리(19)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두 대의 피아노로 편곡하는 작업을 그에게 맡겼다. 임윤찬은 “음악을 할 사람은 신이 선택한다고 믿는데, 하느리가 신이 선택한 음악가”라며 “그가 어릴 때 라흐마니노프 환상소곡집 4번을 친 영상에서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피아노가 노래하게 만들더라”고 했다. “좋은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피아노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편곡할 수 있었다고 본다.”

스승과 제자의 듀오 무대는 12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25일에는 스위스 베르비에 음악제 무대다. 14·15일 공연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중 하나다.



김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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