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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조이너의 마켓 나우] 안갯속 시장, 진짜 위험은 과신

중앙일보

2025.07.0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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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조이너 IFM인베스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2025년 2분기 세계 금융시장은 관세 리스크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미국 정부가 전면적 수입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무역 긴장이 고조됐고, 채권시장 급락에 직면한 워싱턴은 한층 유연한 태도로 선회했다. 뒤이어 미·중 간 갈등 완화 신호가 전해지며 시장은 일시적으로 반등했다.

관세는 여전히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시행은 유예됐지만, 공식 철회된 것은 아니며, 언제든 다시 부상할 수 있는 리스크다. 불확실성이 지속하면 기업은 투자를 유보하고, 소비는 위축된다. 실질소득 감소는 내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한층 약화됐다.

김지윤 기자
금리 자체도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이다. 미국 장기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는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현실화됐다.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면서 장기채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인 4.1%까지 올랐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 가능성을 40% 수준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연간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하반기 재정 및 통화 정책의 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지만, 과도한 낙관일 수 있다. 관세 유예, 미·중 협상 진전 등은 여전히 가시화되지 않은 변수다.

주식시장도 비슷한 기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하반기 기업 실적 개선을 근거로 연간 이익 증가율을 8%로 예상하지만, 이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현재 주가는 역사적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며, 위험 조정 기대수익률은 낮아졌다. 즉, 리스크에 비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채권시장은 더 나은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기업 부도율이 상승세임에도, 고위험 채권과 국채 간 금리 차는 축소됐다. 이는 시장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며 비교적 안전한 ‘우량 기업 채권’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다만 이들 채권은 글로벌 무역에 민감한 대기업이 주로 발행하기 때문에,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가장 합리적인 투자 접근은 방어적 포트폴리오 구성이다. 경기 변동성에 덜 민감한 유틸리티·인프라 섹터는 주식과 채권 양쪽에서 안정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산재한 상황에서, 고수익보다 안정성과 가시성에 무게를 두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시계 제로의 시장에서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알렉스 조이너 IFM인베스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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