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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기 추모식 대신 ‘김민기 뒤풀이’ 합니다

중앙일보

2025.07.0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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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민기 학전 대표 의 1주기를 맞아 1971년 발매된 그의 1집 앨범(아래 사진)이 54년 만에 LP로 재발매된다. [중앙포토, 사진 매니아디비 홈페이지]
극단 학전이 21일 고(故) 김민기 대표의 1주기를 맞아 ‘아침이슬’ 등 10곡이 수록된 그의 첫 앨범 ‘김민기’를 LP로 재발매한다. 이 앨범이 LP로 정식 재발매되는 것은 54년 만이다.

학전은 “고인이 만 20세에 발매한 데뷔앨범 ‘김민기’를 LP로 복각해 재발매하고, 연내 ‘학전김민기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고인의 뜻에 따라 별도의 추모 공연이나 행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1971년 발매된 ‘김민기’는 한국 현대사와 대중문화사에서 독자적 상징성을 지닌다. 총 500장을 내놨지만, 이듬해 봄에 그가 동대문서로 연행되며 판매가 금지됐다. 이때 오리지널 동판 프레스까지 압수·폐기됐다. 학전 측은 “더이상 오리지널 LP를 제작할 수 없게 되면서 여러 종류의 해적판이 나왔고, 고가로 암거래도 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아침이슬’이 해금된 1987년엔 김민기의 허락을 구하지 않은 복원 음반이 발매됐다가 중단된 적도 있다.

이번에 학전이 그의 1주기를 맞아 내놓는 복원 LP에는 대표곡 ‘아침이슬’을 비롯해 ‘그날’ ‘꽃 피우는 아이’ 등 10곡이 수록된다. 1971년 정부의 심의를 거쳐 ‘종이연’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곡은 원제인 ‘혼혈아’로 담긴다.

이번 작업은 “시대의 기록 정도로 남을 수 있는 아카이빙이면 된다”던 고인의 바람을 이뤄주는 일이기도 하다. 고인은 2004년 디지털 복원 작업으로 ‘김민기’ CD를 낸 바 있다. 이번 LP도 그때와 비슷한 디지털 복원 작업을 거쳤지만, 기술 발전으로 훨씬 양질의 사운드가 담겼다.

패키지 커버는 서울대 미대 선배들이 참여해 만들었던 원본의 디자인을 계승하되, 동시대 감각에 맞게 재탄생시켰다. 고인의 친필 악보와 메모·사진 등도 함께 실린다.

학전은 이번 LP 재발매에 대해 “짧지 않은 세월 고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왜곡과 질곡의 시간을 겪어낸 이 앨범이 오롯이 음악 그 자체로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학전은 고인과 학전을 기록하는 작업에도 착수한다. “당신의 삶과 작업이 미화되거나 과장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올곧게 기록되기를 희망했던 고인의 유지를 충실히 지켜가기 위해 ‘학전김민기재단’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고인의 작품과 작업을 기록하고, 후세에도 그의 정신과 문화적 유산이 이어지도록 잘 보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올해 내 설립을 목표로 준비위원회가 구성된다.

공식적인 1주기 추모 행사는 없지만, 18~20일 서울 강동구의 소극장 스페이스 거북이에선 콘서트 ‘김민기 뒤풀이’가 열린다. 고인을 존경한 후배 음악인들과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그와 인연을 맺었던 문인들이 공동주최자로 나섰다.

고인은 지난해 7월 21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1991년 그가 설립했던 대학로 소극장 학전은 ‘배울 학(學)’ ‘밭 전(田)’자를 쓰는 이름처럼 “대중문화의 못자리”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가수 고(故) 김광석 콘서트, ‘유재하 가요제’가 열렸고, 고인이 제작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장기 상연됐다. 배우 설경구·황정민·조승우·장현성·이정은 등이 이 무대를 거쳐 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재정난 등으로 문을 닫았다.





황지영.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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