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고편에 눈길이 갔다. ‘전지적 독자 시점’. 잘 알고 있는 작품이다. 원작이 전 세계적으로 3억 회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유명 웹소설이다. 주인공의 하나뿐인 취미는 웹소설을 읽는 것인데 그 소설이 워낙 인기 없어, 그가 유일한 독자이다. 마지막 회가 연재된 날, 소설과 똑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 유일하게 결말을 알고 있는 주인공의 생존기가 작품의 내용이다. 글을 읽는 것이 힘이 되었다랄까?
최초의 문자인 수메르 쐐기문자가 5000년 전쯤 생겼다니, 인류의 긴 시간에서 문자의 역사는 매우 짧은 편이다. 그런데도 뇌는 글자를 특별대접해서, 후두측두피질(시각 문자 형태 영역)에서 문자를 전담하게 했다. 뇌도 인정한 것이다. 문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문자는 지식을 기록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공교육의 확대와 인쇄술의 발달에 힘입어, 문자는 인류에게 핵심 지식원으로 기능했다. 지식의 확산은 인터넷 시기에 더 폭발한다. 다양한 지식이 종이와 문자에 국한되지 않고 퍼져나갔다. 바람직한 방향의 발전이지만, 그 결과 문자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문해력 문제가 발생했다.
2024년 미국에서 대규모 종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디지털 기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글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으며, 단어 인식 능력이 떨어졌고, 시각 문자 형태 영역이 포함된 뇌 부위에서 회백질의 부피 감소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굳이 연구 결과를 언급하지 않아도, 문해력 문제는 현실에서 쉽게 접한다. 물론 세상이 변화하고, 지식도 변화하는 마당에 ‘문해력이 뭐가 중한디’라 생각할 수도 있고, 그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전을 찾아 읽고, 그 글을 이해해서 본인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 고등 교육이라 생각하는 꼰대인 내가 적응하기 어렵긴 하다.
여담이지만 조만간 개봉하는 영화도 관람하려 한다. 원작의 독자로서 글의 작품이 어떻게 영상 작품으로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