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무역대상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의 발효 시점을 당초 예고한 7월 9일에서 8월 1일로 연기했다. 한국 등 협상 상대국 정상에 직접 서한을 보내 무역장벽을 없애지 않으면 원래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압박도 이어갔다. 한국이 사실상 3주간의 협상 기간을 더 확보한 것은 다행이지만, 우리의 대미 수출품에 25%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미국의 고압적 자세는 오랜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유감스러운 처사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수출 대기업의 실적 악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이달에 성사시키고 협상을 타결해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하도록 정부가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변칙 복서'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강대국 미국과의 양자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강점 역시 제조업 부흥을 원하는 미국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협상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지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 내부의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우리와 관련해 강조해온 것은 무역적자 해소, 국방비 증액, 환율 등이다. 그가 ‘원스톱 쇼핑’을 선호한다고 공언한 만큼 무역과 산업 협력 등의 통상 이슈와 국방비 등 안보 현안을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방비 증액은 우리 스스로 필요한 측면도 있는 만큼 증액의 속도와 내용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정하는지가 중요하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상승은 우리 외환 당국의 기존 스탠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국방비 증액과 조선 분야 등의 산업 협력을 제안하면서 그 대신 상호관세를 없애거나 적어도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요국보다 낮추고 자동차·철강 등의 품목관세를 완화 내지 철폐하는 합의를 끌어내는 게 국익에 가장 부합할 것이다.
미국이 불만을 표하는 비관세장벽은 대부분 지난 20여 년간 양국의 현안이었다. 다 사연이 있고, 해결을 위해선 적지 않은 정치적·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는 지나친 면이 있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과 쌀 수입 확대가 그런 예다. 먹거리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한국은 이미 미국의 최대 쇠고기 수입국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해야 한다.
통상은 국내 규제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빅테크를 규제하는 온라인플랫폼법에 미국은 부정적이다. 이 법이 글로벌 플랫폼 기업만이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도 규제 대상으로 삼는 만큼 이번 기회에 부작용이 덜한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