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하는 자리이기에 비공개 내용을 개인 정치에 왜곡해 활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전날 국회에서 ‘이 대통령 지시로 방통위 차원의 방송3법을 만들고 있다’고 발언해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이같이 질책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덕담을 건넨 뒤 “이제 정리하겠다”며 국무회의를 끝내려 하자 이 위원장이 “제가 한 말씀 올리겠다”며 돌연 발언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이 “그냥 하지 마세요”라며 두 차례 저지했으나, 이 위원장은 “제가 할 말이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이 위원장의 전날 발언을 문제 삼으며 “내가 (방송 3법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했지, 언제 업무를 지시했느냐”며 강하게 쏘아붙였다고 한다.
전날 이 위원장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 방송 3법을 의결하기 전 “대통령은 방통위 안을 만들어 보라고 업무 지시를 했다”며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방통위 안을 만들어서 대통령께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발언의 진위를 놓고 논란이 일었고, 대통령실은 “이 위원장은 ‘업무지시’라는 표현을 썼으나, (대통령 발언은) 지시라기보다는 의견을 물어본 쪽에 가까웠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감사원은 8일 이 위원장에 대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거나 공직사회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11월 국회는 이 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이 위원장이 지난해 8월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여러 유튜브 채널에 나와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감사원은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라며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함인경 대변인은 “이 위원장을 끌어내려는 시도가 여권에서 조직적으로 진행중인 것”이라며 “정쟁적 탄핵으로 취임하자마자 5개월간 발목을 잡더니 이제는 정치적 보복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