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90년대 K팝의 씨앗 뿌렸다
K팝 한류의 싹은 1990년대에 뿌려졌다. 87년 민주항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드디어 문화의 시대가 열렸다. “1993년 문민정부 시대 출범과 경제 호황, PC통신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당시 X세대를 중심으로 문화 소비 욕구가 커졌다.”(음악평론가 임희윤)
95년은 역사적인 해였다. 아이돌 K팝의 전형을 만든 SM엔터테인먼트가 설립됐고, 케이블TV가 개국해 MTV 등 ‘보는 음악’의 시대가 열렸다. 대기업의 문화산업 진출도 같은 해 이뤄졌다. 96년에는 음반 사전심의제도가 철폐됐고, 98년부터는 일본대중문화 개방이 이루어졌다. ‘문화입국론’의 토대도 이 시기 만들어졌다.
92년 데뷔하며 랩 댄스음악 시대를 연 서태지와 아이들은 ‘문화대통령’으로 불렸다. 문화가 산업이자 권력이 된 것이다. 창작자들도 엘리트 인력으로 대거 물갈이됐다. 이수만(SM)을 제외한 방시혁(하이브), 박진영(JYP), 양현석(YG)은 모두 70년대에 태어나 20대에 90년대 대중문화의 폭발을 경험한 후, 업계의 리더가 됐다. K팝 한류 열풍은 60~70년대 산업화, 80년대 민주화를 완수한 한국 사회가 90년대 문화의 시대를 맞으며 축적한 문화적 역량이 폭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