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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으로 골프 배워 PGA 특급 대회 나온 의지의 김홍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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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8 10:25 2025.07.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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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택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 열리는 더 르네상스 클럽에서 굳은 살이 박힌 손을 보이고 있다. 성호준 기자
김홍택(32)이 8일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인근 노스 버윅의 르네상스 골프장에서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맞아요. 험한 길을 걸어왔네요”라고 말했다. 김홍택은 10일 이곳에서 열리는 PGA 투어와 DP월드 투어 공동 주관 대회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 참가한다.

그의 첫 PGA 투어 대회다. 김홍택은 “유러피언투어(DP월드투어)는 두 번 나간 적이 있는데 한 번은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열린 작은 규모 대회였고, 한 번은 한국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이라 국내 대회 느낌이었다. 이 대회는 골프의 고향이라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며 규모가 큰 메이저급 대회라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PGA 투어에 처음 출전하는 건 모든 선수에게 큰 의미지만, 김홍택에게는 그 의미가 훨씬 더 크다. 프로가 되기까지 실제 라운드 경험이 고작 서른 번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김홍택은 아마 스크린으로 골프를 배운 유일한 투어 프로일 것이고, 스크린 골프로 배워 PGA 투어 대회에 나간 유일한 선수임이 분명하다.

그의 아버지 김성근 씨는 “골프장에 가봐야 온종일 볼 서른 몇 개 치는 게 다다. 오히려 일종의 론치 모니터인 스크린 골프가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라운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자신과 아들을 세뇌했을지도 모른다.

대신 엄청나게 많은 훈련을 했다. 김홍택은 “발로 밟으면 공이 나오는 연습장의 수동 기계 발판에 무거운 박스를 올려놓고 쳤다”고 했다. 볼은 자동으로 계속 나오고, 김홍택은 기계처럼 휘둘렀다. 김홍택은 “아주 힘들었지만 뒤돌아보면 효과도 있었다. 긴장됐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치면 기계처럼 몸에 박혀 있는 스윙이 알아서 나온다”고 했다.

연습장에서 기계처럼 클럽을 휘두르던 김홍택은 이번 주 바람 부는 스코틀랜드의 벌판에서 스코티 셰플러, 로리 매킬로이, 잰더 쇼플리 등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한다. 김홍택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게 된다면 그들도 한국에서 온 이 사내의 의지를 존경할 것이다.

김홍택은 KPGA에서 드라이버도 정상급이고 지난 5년간 그린 적중률이 1등 세 번, 2등 두 번 했을 정도로 아이언이 뛰어나다. 반면 한창 자랄 때 잔디밥을 먹지 못해(라운드 경험이 적어)서인지 퍼트 등 쇼트게임은 좋지 않다.

김홍택이 스크린에서 자란 걸 후회하는 건 아니다. 그는 “좋은 환경에서 했다고 잘 됐으리란 보장은 없으며,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스크린 대회인 G투어에서 받은 상금으로 1부 투어 경비를 벌었다. G투어에서 경기 운용과 멘털 관리 등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김홍택은 2년 전 아내를 설득해 방 하나를 퍼트 연습장으로 개조했다. 2m 정도 길이에 경사를 조정할 수 있는 그린을 설치했다. 그러면서 퍼트 능력이 조금 나아졌다. 요즘 그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김홍택은 “60평짜리 창고에다 10m 거리가 되는 퍼팅 그린을 만들고 있다. 비용이 들겠지만, 버디 많이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에딘버러=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mail protected]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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