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앱만추(앱으로 만남 추구)’ 시대. 오프라인 기반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자리를 온라인 데이팅 앱이 대신했고, 플랫폼 회사들은 수백 억원 뭉칫돈 투자받으며 축제 분위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 또한 한때. 어느새 후속 투자는 말라갔고, 가짜 계정 논란이 커지는 통에 이용자 반응도 예전 같지 않다. 허나 스타트업계에서 위기는 기회다. 앱만추 기존 강자들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 신흥 데이팅 앱이 역발상 전략으로 앱만추 2.0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건 진정성. AI 기술로 이용자 가치관과 믿을만한 경력에 기반해 만남을 이어준다. 각종 인증 체계를 도입하고, 실명 공개·사진 비공개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장 지형을 바꾸고 있다.
앱만 켜면 연예인 같은 외모를 자랑하는 이성의 프로필이 줄줄 나오는, 데이팅 앱. 앱만추 강자들의 위기는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5월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데이팅 앱 아만다·너랑나랑의 운영사였던 테크랩스에 과징금 52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테크랩스는 2021년 10~11월, 운영하던 대만 데이팅 앱(연권)에 가입된 여성 이용자 사진을 도용해 국내 앱 아만다와 너랑나랑에 270여개 가짜 여성 계정을 만들어 운영했다. 직원들은 이 계정으로 각 앱에 접속한 뒤 6만 명 넘는 남성 이용자에게 접근해 유료 결제를 유도했다. 공정위는 이를 전자상거래법이 금지하는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