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인 한양대 중국지역통상학과교수(발제)=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압도적 격차를 보였던 미중 AI 경쟁은 이제 ‘초격차와 추격을 반복하는’ 양상으로 변했다. 중국식 AI 혁신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중국은 이미 1980년대부터 각종 국가 인공지능 연구실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었고, 2000년 WTO 가입 전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이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 매력에 이끌려 R&D센터를 구축해왔다. 즉, 30년 동안 중국내에 이미 상당한 기술적 자산이 축적되어 있었던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전략적 판단과 적극적 지원도 혁신을 꽃피웠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발표된 주요 정책 중 대다수 영역에 딥러닝을 포함시키며 전략적으로 집중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컴퓨터 비전, 딥러닝, 하드웨어, AI 응용'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생태계 기반의 기술 발전 로드맵을 수립한 점이다. 이어 2017년을 기점으로 AI를 국가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당시 중국은 딥러닝 기술이 범용기술로 부상하는 기회의 창을 정확히 포착했다.
인공지능산업발전연맹(AIIA)을 통해 정부-학계-산업계-연구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 구축도 추진했다. 또한 지역별 특성을 살린 ‘혁신발전시험구’ 전략을 통해 각 지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부터 AI를 적용하도록 유도했다. 중국의 국부펀드가 조성한 풍부한 자금 조달 환경은 중국의 AI 스타트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해마다 350만 명씩 배출되는 공학도는 중국 내 다양한 하이테크 기업에서 첨단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며 중국식 AI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중국의 14억 소비자들은 AI 기술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이해도와 수용성을 지녀 AI의 빠른 상용화와 시장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이처럼 자생력 있는 생태계는 코로나19와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문샷AI(3조원), 바이촨(2.5조원), 즈푸AI(2조원) 등 ‘신 4대 천왕’과 딥시크를 탄생시키며, 중국식 AI 혁신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2의 딥시크’로 육성 중이다. 베이징시는 100개 이상의 핵심 기술 돌파, 50개 이상의 핵심 기업 육성, 생산 규모 1만대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AI+’ 전략을 통해 천문학, 의약품, 스마트 제조 등 모든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국가 총동원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일 잘할 수 있는 혁신 주체에 한번에 충분히 제공한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 의지는 차세대 AI 혁신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불확실성과 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