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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북한군, 1년간 MDL 11번 침범…'남북단절' 조치 뒤 급증

중앙일보

2025.07.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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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 연결 철도와 도로를 폭파했다. 뉴스1
북한군이 최근 1년 간 최전방 군사분계선(MDL)을 11차례 침범해 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단절’ 지시로 전방에서 국경선화 및 요새화 작업을 진행한 데 따른 것으로, 이로 인해 접적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급증했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8일 합동참모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17년 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안 MDL 부근에서 이뤄진 지상 도발 건수는 총 25건이었다. 북측 병력이 남측 허가 없이 MDL을 넘어오거나 지뢰를 묻는 행위, 고사총 등을 사격하는 행위는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 2015년 8월 경기 파주 아군의 감시초소(GP) 통문에서 발생한 목함 지뢰 도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25건 중 절반에 가까운 11건은 지난해 6월 이후 발생했다. 11건 모두 MDL을 침범한 사례였다. 가장 최근엔 지난 4월 21일 동부 전선인 강원 고성 지역에서 북한 병력이 MDL을 넘어 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선 4월 8일 같은 지역에선 개인 화기로 무장한 북한 병력 약 20명이 MDL을 넘어 진입한 적이 있다. 당시 군 당국은 경고 방송·경고 사격을 통해 무장 병력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군 당국이 언론에 밝힌 MDL 침범 사례는 지난 4월 8일 사례를 포함한 3건 뿐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공개하지 않은 크고 작은 도발이 8차례 있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작전수행절차에 의거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공개 여부는 작전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DL 침범을 월별로 보면 지난해 6월(4회), 8월(1회), 9월(2회), 10월(2회), 올해 4월(2회) 발생했다. 북한군의 MDL 침범이 잦았던 때는 지뢰 매설 등 북한의 최전방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진 시기와 일치한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반대로 신의주 등 서북 지역에 극심한 수해가 발생했던 지난해 7월과 동계 동원 훈련이 있었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MDL 침범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월선은 주로 경기 연천, 강원 화천 등에서 이뤄지다 올해 처음으로 강원 고성에서 MDL을 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전방 작업의 영역 자체가 차츰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북한군이 최전방 지역에 전기 철책을 조성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합동참모본부]

다만 군은 최근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해 2015년 목함 지뢰 때처럼 계산된 도발이라기보다는 의도치 않은 사고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북한군이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사용하지 않고 MDL의 푯말을 따라 작업하는 등 구식 장비에 의존하는 것도 MDL 침범이 잦은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의도와 무관하게 민감한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군은 북한군 최대 1만명이 MDL 부근까지 남하해 작업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특히 이번 통계에는 북측 지역 안에서 이뤄진 긴장 유발 사례는 제외됐다. 지난해 6월과 올해 3월 각기 이뤄진 북한군의 작업 중 지뢰 폭발이나 경의·동해선 남북연결도로 폭파(10월 15일) 등은 빠진 수치로, 이런 사례까지 포함하면 긴장 상황은 더 늘어나는 셈이다.

김경진 기자
북한군은 지역에 따라 지뢰 매설, 전기 철책 부설은 물론 언제든 공격으로 전환 가능한 전술도로와 대전차 방벽도 조성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를 북한 군인과 주민들의 월남 차단 대응은 물론이고, 유사시 작전병력 증원을 위한 차량 기동성과 MDL 근접 감시 능력 등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반면 아군은 이에 대한 비례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일 수풀 속에서 20시간 이상 숨어있다가 우리 군의 유도로 귀순한 ‘은둔 귀순’ 등 MDL 루트를 통한 탈북도 이어지는 등 접적지역 장병들의 경계 피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유정.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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