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정성 있는 협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국 컨설팅기업 올브라이트스톤브릿지그룹의 태미 오버비 선임고문은 7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간 무역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낙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1995~2009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ㆍ암참) 대표를 지내 미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계 인사로 꼽히는 오버비 고문은 “한국의 선박 건조 기술, 반도체 기술은 가히 톱 클래스이며 ‘제조업 르네상스’를 외치는 미국에 전략적 회복 탄력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버비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8월 1일로 연기한 것을 거론하며 “트럼프의 메시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매우 진지하게 협상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에게는 모든 것이 협상인데 협상 기간을 3주 정도 연장한 것은 그가 매우 진지하다는 것을 무역 파트너들에게 거듭 상기시키는 것”이라며 “한국이 비관세 장벽을 해결하고 미국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 개방 확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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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메시지 ‘협상하자’는 것”
오버비 고문은 가령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과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국 대중문화의 위력을 거론하며 스크린 쿼터제 축소도 한국이 협상 카드로 내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했다. 또 미국이 요구하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확대 건과 관련해 “한국 입장에서 수입 물량이 많지 않아 수용 가능한 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는 국내 한우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사실상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오버비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수신인으로 하는 관세 서한을 거의 동시에 공개했지만 한국과 일본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고 말했다. 오버비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한 관세율 25%는 당초 지난 4월 2일 각국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하면서 일본에 적용하기로 한 24%에서 1%포인트 상향된 수치임을 거론하며 “일본에 대한 불만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짧은 만남을 가진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동차 관세 폐지’를 말했다가 트럼프 불만을 샀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국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21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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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트럼프 원하는 것 정확히 한다”
오버비 고문은 현대차의 대미 투자와 대한항공의 보잉 항공기 구매 등을 거론하며 “미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실천하고 있는 한국은 따라서 미국의 다른 무역 파트너들보다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추가 인센티브를 받거나 관세 발효 전 일정한 과도기를 부여받는 방식 등으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버비 고문은 또 “한국 정부는 6월 3일 새 정부가 들어서 다른 나라보다 늦게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지만 매우 강한 협상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일본은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양보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오버비 고문은 “한국은 협상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 카드가 많다”며 “한국 정부 인사들에게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기를 부탁드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협상에) 매우 진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버비 고문은 1995년부터 14년간 주한미국상공회의소를 이끌며 한ㆍ미 양국 경제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정부에서 각종 표창을 받은 미국 내 손꼽히는 지한파 인사다. 한ㆍ미재계회의미측 대표 등을 지낸 뒤 현재는 미국 컨설팅 기업 DGA 산하 올브라이트스톤브릿지그룹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선임 고문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