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주장 완장과 주전 자리를 내줘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손흥민(33, 토트넘)의 다음 행선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급부상했다. 이적 가능성을 수치로 예측한 베팅업체까지 등장하면서, 그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트넘 홋스퍼는 2025-2026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했고 결국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결별했다. 후임은 브렌트포드에서 팀을 잘 다듬어온 전술가 토마스 프랭크(52)다.
문제는 손흥민의 위치다. 구단 내부 소식에 정통한 '릴리화이트 로즈' 팟캐스트의 진행자 존 웬햄은 "손흥민은 더 이상 매 경기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경험은 풍부하지만 기량은 정점에서 내려왔다. 마티스 텔이 완전 영입됐고, 미키 무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남는다면 주장도 물려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손흥민이 남더라도 벤치에서 시작하며, 주장도 넘겨야 한다'는 구상이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닌, 상징의 교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17년 만의 우승을 이끈 주장으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프랭크 감독 체제에선 1순위가 아닐 수 있다.
토트넘 팬들의 반응도 갈린다. 꾸준히 성실함과 희생정신을 보여준 손흥민의 헌신을 인정하는 팬들도 있지만, 일부 팬층은 "팀 재정비를 위해선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손흥민의 이적 또는 역할 축소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구단은 손흥민에게 선택권을 부여한 상태다. 영국 '풋볼 런던'은 앞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미래를 본인이 결정하도록 존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 겨울 연장 옵션을 발동해 1년 더 계약이 연장됐지만, 그것이 곧 '잔류'를 의미하진 않는다.
현실적으로 손흥민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잔류하되 역할을 내려놓을 것인지, 전성기를 마무리할 새로운 무대로 향할 것인지. 구체적인 행선지도 떠오르고 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다.
영국 '미러'와 '토트넘 홋스퍼 뉴스'에 따르면, 손흥민은 최근 미국 MLS의 LA FC 제안을 거절했으며, 여전히 복수의 사우디 구단들이 그를 노리고 있다. 심지어 영국 베팅업체 '스카이 벳'은 손흥민의 다음 소속팀이 사우디 리그일 확률을 4/9(약 69.2%)로 책정했다. 이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는 뜻이다.
이미 사우디 리그는 유럽 무대 정상급 스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리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손흥민은 이들 중에서도 아시아 최고 스타로서 상징성과 시장성 면에서도 매력적인 타깃이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부터 손흥민의 매각에 대해 '열려 있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풋볼 인사이더'는 "이적료가 2,500만 파운드(약 465억 원)라면 토트넘은 제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즉, 구단은 손흥민이 원하는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되, 합리적인 가격과 조건이 맞는다면 보내줄 준비도 되어 있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현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8월 3일 뉴캐슬전 프리시즌 일정에 출전 의무가 있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경기가 사실상 고별전이 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손흥민이 떠난다면, 단순한 포지션의 공백 그 이상이다. 그는 단순한 윙어가 아니었고, 토트넘이라는 클럽의 철학과 감정을 상징하던 존재였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아시아 선수로, 그가 떠나는 순간은 곧 '한 시대의 종결'로 읽힐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미키 무어나 마티스 텔 등 차세대 유망주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기도 하다. 세대교체의 문은 때때로 전설의 이별로 열리는 법이다.
지금 손흥민의 앞에 놓인 선택지는 단순한 진로 문제가 아니다. 남는다면 잃는 것이 많고, 떠난다면 새로운 모험이 기다린다. 그의 결정은 단순한 개인의 커리어가 아닌, 토트넘이라는 팀의 향후 판도까지 바꿀 수 있는 변수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