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인공지능(AI) 심판(라인 전자 판독기)'이 또 말썽을 부려 오심이 발생했다.
사건은 9일(한국시간) 테일러 프리츠(27·세계 5위·미국)와 카렌 하차노프(29·20위·러시아)의 대회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일어났다. 세트 스코어에서 2-1로 앞선 프리츠는 네 번째 세트 첫 게임에서 15-0으로 앞서 있었다. 이때 프리츠가 서브하는 상황에서 '폴트'가 잘못 선언됐다. 주심이 경기를 멈추고 전화로 문제를 확인하더니 "시스템 고장으로 마지막 포인트를 재경기한다. 지금은 시스템이 정상 작동 중"이라고 관중들에게 알렸다.
윔블던을 주최하는 올잉글랜드클럽은 "볼보이·걸(BBG)이 네트를 넘어가는 동안 선수의 서브 동작이 시작돼 라인 전자 판독 시스템이 플레이의 시작을 인식하지 못했다. 따라서 주심은 해당 포인트를 재경기하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프리츠는 결국 하차노프를 3-1(6-3 6-4 1-6 7-6〈7-4〉)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프리츠가 윔블던 준결승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48년 역사의 윔블던은 올해 인-아웃을 판정하는 선심을 없애고 그 역할을 AI에 맡겼다. 코트에 설치된 약 450대의 고속 촬영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추적해 인-아웃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전자 판독기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선수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일엔 아나스타시야 파블류첸코바(34·50위·러시아)와 소네이 카텔(24·51위·영국)의 여자 단식 16강 경기 중 전자 판독기가 작동을 멈췄다. 라인 밖에 떨어진 카텔의 샷에 아웃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고, 해당 게임을 카텔이 가져갔다. 경기 결과는 파블류첸코바의 2-0 승리였으나 잘못된 판정에 승패가 바뀔 뻔했다.
이날 전자 판독기 오작동을 경험한 하차노프는 "인간 선심을 선호한다. 그들이 없으면 코트가 너무 외로워진다"면서 "전자 판독은 매우 정확해야 하고, 실수가 없어야 한다. 왜 이런 오작동 사례가 발생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프리츠는 "여기저기서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경기 중에 라인 아웃 여부를 두고 챌린지할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에 전자 판독이 훨씬 나은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22·2위·스페인)는 이날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캐머런 노리(30·61위·영국)를 불과 1시간 39분 만에 3-0(6-2 6-3 6-3)으로 물리쳤다. 3년간 윔블던에서 한 번도 지지 않은 알카라스는 대회 19연승을 이어가며 3연패를 향해 순항했다. 알카라스는 또 공식전 연승 행진도 23경기로 연장했다. 알카라스는 "시간이 있다면 도시 중심지로 가 볼 수도 있다. 팀과 함께 골프를 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겠다"며 여유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