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 추진 예정인 12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카드사들에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결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카드사들이 수익 일부를 소상공인 지원에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드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행안부,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 방안 검토 요청
9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주요 카드사들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결제 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소비쿠폰으로 인해 각 카드사에 소비가 분산될 것이 분명한 만큼, 수수료 인하에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며 “카드사의 협조가 가능할 경우 행안부, 금융위원회, 카드사 간 협약 체결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수료 인하 대상은 '연 매출 30억 이하 소상공인'
이번 소비쿠폰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업종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우대 수수료율 외에 추가적인 인하를 카드사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일반 신용카드의 우대 수수료율은 연 매출 3억∼30억 원 구간별로 0.40∼1.45% 수준이며, 인하안으로는 체크카드 수준인 0.15∼1.15%가 거론된다.
카드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역마진 구조 불가피”
카드업계는 이미 지속적인 수수료율 인하로 영세 가맹점 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며, 이번 정부 요청이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판매 부문은 이미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영세 가맹점에서는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며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는 역마진 우려를 더욱 키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계는 지난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카드사들이 인프라 구축과 관리비용 부담으로 약 8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상공인 기금 조성 등도 검토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카드사 전산시스템에 즉각 반영하기엔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정부와 업계는 대안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수수료 일부를 직접 지원하거나, 소상공인 전용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 등이 논의 중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내수 회복이 절실한 시점에서 소비쿠폰은 일정 부분 소비 진작 효과가 기대된다”며 “수수료 인하 여부에 따라 카드사 차원의 소비자 이벤트나 마케팅 전략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