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 합의…프랑스에 서튼후·루이스 체스말 등 유물 대여 맞교환
1066년 윌리엄왕의 잉글랜드 정복과 11세기 생활상 생생히 묘사
'바이유 태피스트리' 900년만에 영국으로…내년 대영박물관 전시
양국 정상 합의…프랑스에 서튼후·루이스 체스말 등 유물 대여 맞교환
1066년 윌리엄왕의 잉글랜드 정복과 11세기 생활상 생생히 묘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정복왕' 윌리엄의 잉글랜드 정복 과정을 세밀히 묘사한 초대형 자수 작품 '바이유 태피스트리'가 900여 년 만에 프랑스 땅을 벗어나 영국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와 BBC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키어 영국 스타머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바이유 태피스트리 대여에 합의하고 이 내용을 오는 9일 발표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8일부터 사흘간 영국 국빈 방문 중이다.
이번 대여는 정복왕 윌리엄 탄생 1천주년과 '2027년 투르 드 프랑스 영국 그랑 데파르'를 기념하는 양국 문화 교류의 일환이다.
바이유 태피스트리는 내년 9월부터 대영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프랑스 노르망디지방의 소도시 바이유(Bayeux)에 있는 바이유 태피스트리는 폭 50㎝, 길이 약 70m의 직물 자수품으로, 헤이스팅스 전투 등 '정복왕 윌리엄'(William the Conqueror)의 잉글랜드 정복 과정을 설화 형식으로 묘사한 유물이다.
현재의 노르망디 지방에 있었던 중세 노르망디 공국의 4대 공작 윌리엄(프랑스식으로 '기욤')은 1066년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잉글랜드의 해럴드 왕을 격파하고 승리해 잉글랜드 왕으로 즉위, 윌리엄 1세가 됐다.
잉글랜드에서 노르만 왕조가 출범한 이 사건으로 영국의 사회·문화 전반에 프랑스의 언어와 문화, 생활양식이 보급됐고, 프랑스는 지금도 이 일을 자국이 영국에 대해 거둔 역사적 승리로 가르친다.
바이유 태피스트리는 이런 윌리엄의 잉글랜드 정복을 비롯해 11세기 유럽인들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묘사해 미술사적인 가치와 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큰 문화재로 평가된다. 2007년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바이유 태피스트리의 영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나폴레옹에 의해 1803년 파리에서 전시된 바 있고 1945년 2차 대전 종전 후 독일 나치로부터 회수한 후 루브르 박물관에 일시 전시된 바 있으나 이후로는 한 번도 소장지인 노르망디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다.
영국은 앞서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식과 헤이스팅스 전투 900주년인 1966년에 두 차례 바이유 태피스트리 임대 전시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바이유 태피스트리를 누가 제작했는지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 작품이 영국에서 제작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바이유 태피스트리의 런던 전시에 맞춰 프랑스에는 영국 서튼후 선박무덤 출토 유물과 루이스 체스말, 기타 앵글로색슨 보물들이 대여돼 노르망디 지역 박물관에 전시된다.
서튼후 보물은 1939년 서퍽에서 발견된 7세기 앵글로색슨 시대 선박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노르만족 지배 이전의 잉글랜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니컬러스 컬리넌 대영박물관장은 "바이유 태피스트리는 영국과 프랑스 간 깊은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독특한 문화유산 중 하나"라며 "루이스 체스말과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으로 꼽히는 서튼후 보물을 프랑스로 보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