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청 폐지 운운했던 트럼프 '조용'…"나중에 논의할 문제"
텍사스 홍수 이후 폐지 계획 질문받자 답변 피해…전문가들은 위험 경고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텍사스주 홍수로 100명이 큰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재난 관리 총괄 기관인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해체를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주 홍수 피해 발생 후인 지난 6일 뉴저지주에서 돌아오는 도중 기자로부터 여전히 FEMA를 폐지할 생각인지를 질문받자 "나중에 논의할 문제"라며 답을 피했다.
그는 "FEMA는 나중에 논의할 수 있는 문제고 현재 그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으니 그대로 두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된 내각 회의에서도 FEMA 폐지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FEMA 폐지 계획에 대한 물음에 "대통령은 미국 시민들이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를 원한다"며 "그 지원이 주정부에서 오든 연방정부에서 오든 이는 계속될 정책 논의고, 대통령은 항상 주정부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하기를 원했다"라며 직접 답변을 피했다.
텍사스주 홍수와 대규모 인명피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그간 여러 차례 언급해온 FEMA 축소 주장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해석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979년 주정부가 대형 재난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설립한 FEMA는 재난 발생 지역이 지원을 요청하면 해당 지방정부와 협력해 연방정부의 구조, 구호, 재건 노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FEMA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FEMA보다는 각 주(州)가 재난 대응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2기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1월에는 FEMA 점검 위원회 설치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지난 6월에도 백악관에서 여름 산불 대비 방안을 논의하면서 "FEMA를 그만두게 하고 (산불 대응이) 주 수준으로 내려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FEMA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압박 등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FEMA 전체 정규직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천 명이 해고되거나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그러나 재난 전문가들은 정부가 FEMA를 완전히 해체하면 필수적인 재난 서비스와 자금 지원에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맨사 몬태노 매사추세츠해양대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번 폭풍이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지역 및 주 차원에서 비상 관리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고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텍사스에서와 같은 홍수가 발생했을 때 위험을 제거하고 기관이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려면 많은 자금과 전문 지식, 시간이 요구된다"면서 "이러한 대비 노력을 없애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해고한다면 (재난) 대응은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