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이 창극 ‘심청’과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더 드레서’ 등이 포함된 ‘2025~2026 시즌 레퍼토리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국립극장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 20일부터 내년 6월 28일까지 신작 25편, 레퍼토리 15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8편 등 모두 72편의 작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국립극장은 지난 2012년부터 1년 단위 공연 프로그램을 사전에 기획‧공개하는 레퍼토리 시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5-2026 시즌은 ‘함께, 더 멀리’를 슬로건으로 정했다.
국립극장 산하 국립창극단은 우선 신작 ‘심청’(9월 3~6일)을 내놓는다. 원전의 고정관념이 담긴 서사를 해체하고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는 ‘심청’을 선보인다. 창극 ‘효명’(2026년 6월 23~28일)은 조선시대 후기 궁중무용 정재를 집대성한 효명세자를 주인공으로, 창극과 궁중무용을 결합한 작품이다. 지난 시즌 초연했던 ‘이날치傳’(11월 21~29일). ‘보허자 步虛子, 허공을 가르는 자’(2026년 3월 19~29일)도 다시 관객을 찾는다.
또 ‘이야기가 있는 판소리’(2026년 2월 4~5일)를 통해 판소리 명인들의 소리를 들려준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내년 6월 26일 인문학 콘서트 ‘공존(Survive)’을 통해 인공지능(AI) 작곡 기술과 협업한 창작곡을 선보인다. 채지성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및 단장은 “우리 음악과 창작자들이 AI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상생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우와 국립국악관현악단’(2026년 6월 5일)에선 영화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이병우의 대표작들과 함께 그의 신작도 들을 수 있다.
국립무용단은 한국 무용계 거장 조흥동, 배정혜, 김현자, 국수호의 대표작을 ‘거장의 숨결’ 공연을 통해 오는 12월 17~18일과 20~21일에 선보인다. 지난해 초연한 ‘사자(死者)의 서’(9월 17~20일)와 신작 ‘귀향(歸鄕)’(2026년 4월23~26일)도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5년 만에 부활해 인기를 끌었던 국립극장 마당놀이는 오는 11월 2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홍길동이 온다’로 관객을 만난다.
국립극장은 다른 단체와의 공동 주최 공연도 확대한다. ‘위험한 놀이터’(8월 28~31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11월 21~30일), ‘조광화의 신작’(2026년 5월 22~31일) 국립극단 연극 작품 세편이 국립극장에서 공연한다.
민간 예술단체와 협업으로는 연극 ‘더 드레서(12월 27일 ~ 2026년 3월 1일)가 대표적이다. 로널드 하우드의 희곡이 원작인 이 작품은 극장의 분장실을 배경으로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관계를 그렸다. 송승환 배우가 ’선생님‘ 역을 맡았다. 송승환은 “국립극장 무대에 선다는 건 배우로서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1968년, 국립극장이 명동에 있던 시절 '학마을 사람들'로 연극에 데뷔했는데 57년 만에 다시 국립극장 무대에 설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극장이 지닌 공공성과 민간단체의 창의력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립극장은 ‘창극중심 세계음악극 축제’를 신설했다. 오는 9월 3~28일 열리는 이 행사는 한·중·일 3개국의 음악극을 소개한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최근 열풍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 갓, 도포, 까치, 호랑이 등 한국적인 것들이 많이 나온다”며 “요즘 한국 문화의 위상이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즌제에서도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