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우려하며 경영에 집중할 것을 조언한 애널리스트에게 ‘닥쳐(Shut up)’라고 발끈했다. 테슬라가 어려움을 겪을 때도 오랜 기간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해 온 월가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에게 한 발언이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8일(현지시각) X(엑스, 옛 트위터)에 머스크 CEO의 정치적 활동이 테슬라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사회가 경영자의 정치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감시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머스크가 최근 신당 ‘아메리카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 후, 테슬라 주가가 하루 만에 약 7% 하락하고 이에 따라 회사의 시가총액 680억 달러(약 93조원)가 증발한 데 따른 우려다.
아이브스는 동료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낸 보고서에서 “이제는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를 위한 행동 원칙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 막장 드라마는 끝나야 한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웨드부시는 테슬라에 대해 목표 주가 500달러와 ‘매수’ 의견은 유지했다.
아이브스의 이같은 게시글에 머스크는 “닥쳐, 댄(Shut up, Dan)”이라는 짧은 댓글을 남겼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아이브스는 테슬라와 머스크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애널리스트다.
이날 아이브스가 밝힌 제안 가운데에는 머스크가 염원해 온 테슬라 의결권 확대를 지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브스는 이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반응은 이해하지만, 이사회가 지금 나서야 한다고 본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머스크의 정치 행보로 인한 우려는 다른 주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는 머스크의 정치 행보 등이 테슬라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테슬라의 주식 등급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했다. “로보택시 출시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머스크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테슬라의 주가는 약 25% 하락했으며 주요 기술주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