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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관세' 폭탄에 구리 가격 사상 최고치...글로벌 공급망 ‘경고등’

중앙일보

2025.07.09 00:32 2025.07.0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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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수입하는 구리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구리 가격이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9월 인도분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5.8955 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최대 17%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고치이자, 1969년 이후 하루 최대 상승 폭이다. 관세 시행 전 '사재기' 움직임과 투기적 매수세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김주원 기자
로이터 등은 "관세 부과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으나, 발표 시기는 갑작스러웠고 관세율도 시장 예상의 두 배였다"고 짚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구리 관세는 7월 말이나 8월 1일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약 160만t의 정제 구리를 소비했다. 미국은 약 85만t의 구리를 국내에서 생산했지만 절반가량을 수입하고 있다. 칠레(38%)와 캐나다(28%)산 구리가 대부분이다. 한국산도 약 3%에 달한다. 앞서 백악관은 "풍부한 구리 매장량에도 제련ㆍ정제 능력은 세계 경쟁국보다 상당히 뒤처져 있다"며 국내 생산을 압박했다.

멕시코시티의 대형 전기차 부품 생산 공장에 구리 케이블 다발이 놓여 있다. AP=연합
구리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금속 중 하나로, 경기 흐름에 따라 가격이 변동해 ‘닥터 코퍼(경기를 알려주는 박사)’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번 급등은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인 만큼, 미국 내 물가만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에르 그라튼 캐나다 광업협회장은 “높은 관세는 미국 제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등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구리 수요는 꾸준하다. 이번 관세 충격으로 구리값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구리 재고가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구리 가격이 올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은 올 2분기 평균 t당 8300달러에서 연말까지 1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미국 내 재고가 쌓이면 그 영향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구리 값의 상승 폭이 커진다면 납기 지연이나 수출 차질 등으로 다국적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유럽 시장으로 초고압 변압기 수출을 늘리고 있는데, 구릿값이 계속 오를 경우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인프라 구축이나 구리가 필요한 미국 기업들의 이익 마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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