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걱정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분열적이고 대립적이고, 갈등이 많이 격화돼있어 참 걱정”이라며 “우리 종교 지도자 여러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종교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랑과 존중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더 많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각별한 관심으로 우리 사회가 서로 존중하고 화합하고 손잡고 함께 사는 세상이 될 수 있게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 의장인 진우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지난 7개월은 근·현대사적으로 가장 국난에 가까웠던 시기였음에도 국민이 집단지성으로, 이성적으로 잘 갈무리해줘 정말 대단했다”며 “대통령이 그 중심에서 국민을 잘 선도해줬다”고 화답했다. 또 “결과적으로 지금의 안정된 기반을 갖기 위해 대통령이 큰 역할을 해 줘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눈시울이 뜨거울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대통령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 가며 나라의 안정된 토대를 마련해 왔다”란 말도 덧붙였다.
이날 오찬은 8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강유정 대통령 대변인은 오찬 직후 브리핑에서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한 종교계의 역할과 교육, 인권 평화, 민주시민 양성, 기후 위기, 지방 균형 발전, 약자 보호, 의정 갈등 해소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갔다”고 전했다.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한국 사회는 전 세계의 자랑이 될 만하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한다. 종교 지도자들의 발언들을 80여 분간 경청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진우스님은 “참모들은 코피가 난다는데 대통령은 귀에서 피가 나겠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종교계 인사들에게 종교계의 비폭력 가치를 담은 채식 위주 한식을 대접했다. ▶오이 수삼 냉채 ▶흑임자 두부선 ▶마구이 등이 메뉴였다. 또 종교적 깨달음을 상징하는 무화과가 후식으로 제공됐다.
이 대통령이 종교계 인사를 만난 것은 지난 7일 바티칸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을 접견한 이후 두 번째다. 행사에는 국내 7개 종교 지도자 11명이 참석했다. 진우스님과 함께 불교계에서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스님과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기독교에서 김종혁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과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천주교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마티아 주교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