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 "국내 세계사 교과서는 열강 대변인?"…교육부에 문제제기
"아프리카 문명 거의 언급되지 않고 노예무역 잔혹성 은폐"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는 국내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아프리카 관련 서술이 유럽 중심의 편향된 시각에 따라 왜곡됐다며 교육부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9일 밝혔다.
반크는 2022 개정판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미래엔, 천재교육, 비상교육)를 분석한 결과 공통으로 두 가지 문제가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우선 유럽 중심의 신항로 개척 서술에서 아프리카의 고유한 문명과 공동체, 그리고 이들이 겪은 폭력과 파괴, 착취와 상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과 피해가 비교적 자세히 설명된 것과 대비된다.
또 이들 세계사 교과서에 노예무역이 도자기, 향신료 등과 함께 단순한 '상품 교역'의 일부로 서술되고 있다고 반크는 지적했다.
수백만 명이 납치되고 거래된 비극적 역사를 단순한 경제활동으로 표현함으로써 노예무역의 잔혹성과 비인간성이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크는 교육부에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아프리카 관련 서술을 재검토하고 유럽 중심의 일방적 서술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전문가, 시민사회, 아프리카 당사국 등과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지금 세계사 교과서는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명을 외면한 채 유럽 열강의 시각만을 따라가고 있다"며 "세계사를 특정 국가나 문명의 관점이 아닌 인류 전체의 눈으로 서술하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신항로 개척이라는 이름 아래 아프리카의 고유한 문명과 그들이 겪은 고통이 철저히 배제된 것은 단순한 편향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관점을 비판 없이 답습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번 청원을 제기한 박지은 반크 청년연구원은 "이번 캠페인은 교과서 시정 요구를 넘어 오랫동안 침묵을 당해온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교육 현장에서 드러내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반크가 이번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한 포스터에는 유럽의 신항로 개척과 그 이전 아프리카 대륙의 모습이 배경으로 담겼으며 "국내 세계사 교과서는 열강의 대변인?"이라는 문구가 실렸다.
이 포스터는 반크의 공식 인스타그램과 글로벌 사진 공유 플랫폼 '플리커'를 통해 확산될 예정이다.
최근 반크는 국내 교과서에서 아프리카 관련 서술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서 중학교 사회 교과서들을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의 다양성과 복합성이 희석되고 있다며 교육부에 시정을 요청했다.
또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들이 아프리카를 일방적 도움의 대상으로서 원조와 봉사의 수혜자로만 부각하는 등 편견이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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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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