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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표류 북한 주민 6명 동해상으로 송환..북 예인·경비정 대기하고 있어"

중앙일보

2025.07.09 00:50 2025.07.0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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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동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자력 운항을 시작하는 북한 목선. [사진 통일부]
정부가 동·서해에서 표류하다 남측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 6명을 9일 오전 동해상에서 북측으로 돌려보냈다. 북한은 앞서 유엔사 채널을 통한 송환 협의엔 응하지 않았지만, 북측 해역에 예인용 어선과 경비정을 대기 시켰다. 이는 확성기 방송 중지에 이은 이재명 정부의 두번째 대북 조치인 셈인데, 북한 역시 이에 큰 거부 반응은 보이지 않은 셈이다.

9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주민 6명은 이날 오전 8시 56분 정부의 인도에 따라 자신들이 타고 온 목선을 통해 자력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 이어 목선은 9시 24분쯤 NLL 북방 해역에서 대기 중이던 북한의 예인용 어선과 접촉했다. 이후 별다른 견인 조치 없이 예인선과 함께 북측 해역으로 이동했다. 주민들의 목선은 길이 11m 가량으로 엔진을 갖춘 동력선이었는데, 자력 운항이 가능해 견인은 필요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근방에서 대기 중인 북한의 경비정도 목격됐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송환은 북한 주민 전원의 동의 아래 이뤄졌다”며 “결과적으로 원활하고 안전한 송환이 됐다”고 강조했다. “귀환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자유 의사를 여러 차례 확인했으며, 관계 기관과 협력해 송환 전까지 북한 주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했다”고도 했다.

앞서 올해 3월 7일과 서해에서 2명, 5월 27일 동해에서 4명의 북한 주민이이 남 측으로 표류해왔다. 이들은 그간 서북도서사령부 예하 군 시설 등에서 숙식하며 귀환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정부는 최근 유엔사 등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여러 송환 방식을 타진한 끝에 북한 주민들이 타고 온 목선을 수리해 NLL로 해상 송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관 고장 등 파손 상태가 심각한 서해 목선은 폐기하고, 동해 표류 주민들이 타고 온 목선을 수리해 돌려 보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통일부는 대북 제재를 고려해 북한 주민들이 타고 온 목선에 부품 등을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수리해 돌려 보냈다고도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에 따라 선박(HS 코드 89)이나 엔진·모터 등 기계류(HS 코드 84)를 북한에 이전하는 것은 금지된다.

목선이 동력선인 만큼 선박유 등은 정부가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역시 인도적 목적인 만큼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유엔사를 통해 일시와 해상 좌표 등 송환 계획을 최근 1주일 새 북 측에 두 차례 통보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접수만 했을 뿐 명확한 의사를 밝히진 않았는데, 9일 정부가 통보한 일시·장소에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5월에도 북측과 소통이 명확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해 NLL을 통해 북한 주민 6명을 돌려 보낸 적이 있다. 당시도 북한은 사전 협의에 응하지 않았지만, 경비정 등 북측 선박이 송환 장소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때와 달리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남북을 적대적 교전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후 북한은 남측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적국'에 오랜 기간 머문 주민들을 다시 받아들이는 걸 체제 불안 요소로 여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력 운항을 시작하는 북한 목선. [사진 통일부]
이와 관련, 정부는 송환 당일인 이날까지 ‘만일의 사태’를 고심했다고 한다. NLL 이남 해역에서는 정부가 대응할 수 있지만, NLL 이북으로 넘어간 이후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북한 당국이 월북을 저지할 경우 손쓸 수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해도 다소 일방적으로 북송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통일부는 이번 송환 절차가 유엔사와의 협의를 거친 조치란 점도 강조했다. 반면 유엔사는 “올해 3월, 5월 서해·동해에서 구조된 6명의 북한 인원에 대한 송환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번 송환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defer to)”이라는 입장을 냈다. 사실상 유엔사는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강조한 의미로 읽힌다.

정부의 이번 송환에는 남북 간 신뢰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북측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주민 송환 문제가 남북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떠오르는 걸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별다른 잡음 없이 이들을 북측으로 데려간 건 이런 이재명 정부의 조치에 호응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경비정과 배를 동원해 신병 인계를 수용한 점은 남북 간 제한적 소통의 신호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면서 “이는 이재명 정부의 유화책에 대한 제한적 신뢰를 드러낸 것으로, 이번 주민 인계는 남북 간 통신 채널 복원 가능성을 타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정영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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