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9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삼부토건 전·현직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두고 막판 사실관계 다지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특검은 오늘 오전 10시 삼부토건 정창래 전 대표와 오일록 현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2023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당시 대표였고, 오 대표는 해당 시기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했다. 특검팀은 삼부토건이 2023년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상회담 이후부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의사나 능력도 없으면서 해외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웠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부토건 대주주 및 경영진들은 이 과정에서 수백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 본사 등 13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첫 강제수사에 착수한 이후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응근 전 삼부토건 대표, 신규철 전 삼부토건 경영본부장도 앞서 특검팀 조사를 받았다.
수사는 이들 배후에 있는 주가조작 의혹 핵심 인물인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으로 뻗어나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특검의 첫 압수수색영장에 적시된 삼부토건·디와이디·웰바이오텍 등 3개 법인 모두에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해당 법인을 통해 주가조작을 모의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소환조사가 예정돼있다.
이 회장은 2022년 4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본인이 실소유하고 있는 디와이디를 통해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으로부터 삼부토건을 인수했다. 디와이디는 현재까지 삼부토건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정 전 대표와 신 전 경영본부장 등 임원들도 다수 공유했다.
삼부토건·디와이디와 함께 압수수색영장에 적시된 웰바이오텍도 이 회장과 연관이 있다. 웰바이오텍 역시 삼부토건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당시 테마주로 주가가 상승한 회사다. 웰바이오텍은 이 회장이 본인 소유 회사인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를 통해 최대 지분을 보유했던 회사로 이 회장은 2023년 7월 해당 지분을 헬레나투자조합에 매각했다.
다만 이 회장이 웰바이오텍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놓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지분 매각 이후 웰바이오텍 대표로 선임된 구모씨와 김모씨 모두 이 회장과 관련 있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구씨는 이 회장이 지분을 매각한 이후 이 회장 추천으로 대표 자리에 오른 인물이고 김씨는 이 회장의 지분을 사준 헬레나투자조합의 대표조합원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에 더해 헬레나투자조합의 조합원 구성이 불분명한 점도 이 회장이 웰바이오텍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게 하는 이유다.
삼부토건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바탕으로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삼부토건 주가가 상승하기 직전인 2023년 5월 14일 ‘멋쟁해병’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이종호 전 대표가 삼부토건 주가상승을 사전에 알았을 것이란 의혹이 나왔다. 해당 과정에서 김 여사가 개입했는지가 특검팀의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수사 핵심이다.